엑스엘게임즈 품은 '카카오게임즈', 주판알 잘 튕겼나
자본잠식 기업에 2500억 가치 책정…지분 53% 인수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7일 08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 좌측부터)송재경 엑스엘게임즈 각자대표,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각자대표, 최관호 엑스엘게임즈 각자대표.


[팍스넷뉴스 류세나 기자] 카카오게임즈가 최근 1181억원을 들여 엑스엘게임즈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일각에서 인수가격이 현재가치보다 고평가됐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카카오게임즈가 확보한 엑스엘게임즈의 지분은 52.97%(구주·신주 포함)로, 여기엔 2018년 100억원을 투자해 보유하고 있던 5.4%의 지분도 포함됐다. 이는 곧 카카오게임즈가 엑스엘게임즈 경영권 인수를 위해 들인 누적 투자금은 1300억원, 엑스엘게임즈의 기업가치는 약 2500억원에 달한다는 이야기다. 작년 말 기준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및현금성자산은 투자금에 한참 못 미치는 671억원(개별기준)에 불과하다. 


◆ 보유현금 2배 덩치 투자…EV/EBITDA는 '33배'


엑스엘게임즈 딜을 두고 고평가 인수 견해가 나오는 이유는 단순하다. 2003년 회사 설립 이래 지금까지 그려온 실적 그래프가 영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십여 년간 엑스엘게임즈가 거둔 가장 높은 매출은 2015년 기록한 513억원이다. 영업이익(180억원)과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98억원)은 2014년이 가장 높았다. 회사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온라인게임 '아키에이지(2013)' 국내외 성과가 반영된 영향이다. 


그러나 이때를 기점으로 실적은 다시 꺾이기 시작했다. 2018년 성과만 놓고 봐도 그렇다. 327억원의 매출에 영업이익 69억원, 순이익 14억원, EBITDA는 75억원을 기록했다. 기업가치가 약 2500억원에 책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에비타 배수(EV/EBITDA)는 약 33배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특정 기업을 인수했을 때 몇 년 안에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라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엑스엘게임즈가 개발한 '달빛조각사(상)'와 '아키에이지(하)'.'


국내 중견사간 진행된 가장 최근 빅딜이라 할 수 있는 스마일게이트의 선데이토즈 인수(2014년 3월)건 역시 EV/EBITDA 34배(2013년 말 기준)로 높은 수준에 진행됐다. 


하지만 엑스엘게임즈와 다른 점이라면, 당시 선데이토즈는 '애니팡2' 출시 효과로 주가가 한창 오를 때라는 점이다. 실제 단기적으로 봤을 때 선데이토즈 EBITDA는 2013년 174억원에서 2014년 613억원으로 252% 뛰어 오르는 성과를 냈다. 또 그때 출시했던 '애니팡2'는 6년이 지난 현재까지 구글플레이 매출순위 100위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엑스엘게임즈도 작년 10월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달빛조각사'를 내놓고 반전을 도모했다. 그러나 신작 효과는 오래 가지 못했다. 출시 첫 달 92억원(앱애니 기준)의 매출을 내며 분전했지만 이후 실적이 지속적으로 빠졌다. 올 1월 기준 월매출 18억원을 기록, 불과 넉 달 새 실적이 80% 이상 하락한 것으로 확인된다. 또 이마저도 개발사와 퍼블리셔간 수익 배분(통상 4대6, 3대7)이 이뤄지기 전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개발사에 돌아가는 금액은 훨씬 적을 것으로 관측된다.


◆ 선투자 1년 만에 장부가치 32% 빠져


사실 카카오게임즈의 엑스엘게임즈 인수는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케이스다. 엑스엘게임즈에 선투자를 했던 기업으로, 투자처의 장부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회사기 때문이다. 


이는 카카오게임즈 모회사인 카카오의 작년 3분기 보고서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데, 그해 9월 말 기준 엑스엘게임즈의 장부가치는 투자 당시보다 32% 빠진 68억원으로 기입돼 있다. 


또 인수 발표 당일 장외에서 형성된 엑스엘게임즈 1주당 가격은 1만8500원, 여기에 카카오게임즈가 추가로 사들인 주식수(423만8481주)를 단순 대입하면 약 784억원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최소 400억원 가량을 얹어준 셈이다. 


이 외에 송재경 대표를 비롯한 엑스엘게임즈 현 경영진 6명에게 장외시세(2만500원, 11일 기준)보다 12.2% 낮은 금액에 카카오게임즈 유상증자(246억4100만원 규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까지 부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엑스엘게임즈 경영진은 36억원 가량의 추가 베네핏까지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인수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가 올해 IPO를 앞둔 만큼 개발력을 빠르게 보강해야하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엑스엘게임즈) 인수가도 예상을 웃도는 수준에서 결정한 듯 하다"며 "이번 합병으로 양사가 보여줄 시너지가 시장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송재경 사단이 보여준 성과 대비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는 업계 반응이 상당하다"며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도 투자 안목을 평가 받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 IPO 앞두고…개발력 보강 필요한 카카오vs자본확충 필요한 엑스엘


사실 이번 딜은 단순 수치적인 측면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단기간 내에 실적 확대를 꾀하기 보단 현재보다 미래를 염두에 둔 가치 투자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또 보다 명확히 말하자면 엑스엘게임즈를 샀다기보단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송 대표와 핵심 개발진들을 보고 지갑을 연 것이란 게 업계의 일관된 평가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IPO 재추진을 앞두고 개발역량 및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엑스엘게임즈 인수 역시 IPO 연장선상에서 진행된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엑스엘게임즈는 비록 초대박 흥행을 일궈내진 못했지만 현재 몇 남아있지 않은 중량급 독립개발사 중에선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임에는 틀림 없다. 물론 그 중심엔 창업자인 송재경 대표가 자리 잡고 있다. 


송 대표는 '바람의나라', '리니지' 등 우리나라 PC온라인게임 역사를 직접 써 내려온 1세대 천재 개발자다. 회사 창업 이후로도 '아키에이지', '문명온라인', '달빛조각사' 등 다양한 소재와 IP를 게임화하는 작업을 쉬지 않았고, 특히 카카오게임즈의 약점 중 하나로 꼽히는 다중접속역할수행(MMORPG) 장르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은 이번 딜에서 매우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회사 대표작인 '아키에이지'가 현재도 글로벌 64개국에서 서비스되며 글로벌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번 인수로 IPO를 앞두고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였던 '개발력 보강'이란 숙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게 됐고, 개발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엑스엘게임즈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카카오게임즈가 이번 딜을 진행하며 구주(881억원)와 동시에 300억원 규모의 신주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인수구조를 짠 것 역시 자본잠식에 빠진 엑스엘게임즈에 자금을 수혈하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결정이었다. 2018년 말 기준 엑스엘게임즈의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255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의 엑스엘게임즈 인수는 현재의 게임 퍼블리싱 하는 수준을 뛰어 넘어 중장기적으로 개발력까지 갖춘 종합 게임사로 진화하겠다는 목표 아래 진행된 딜"이라며 "이러한 목표에 비추어 봤을 때 엑스엘게임즈는 인수 취지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는 엑스엘게임즈의 실적보다는 맨파워에 기반한 개발 잠재력에 주목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또한 "카카오게임즈는 MMORPG와 같은 하드코어 장르를 직접 개발해서 흥행 시킨 이력이 없어 늘 이 부분에 대한 갈증이 있었을 텐데, 작년 엑스엘게임즈와 손잡고 내놓은 '달빛조각사'를 서비스하면서 (엑스엘게임즈)개발력에 대한 높은 평가를 내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인수가격 책정은 과거 실적보다 향후 이 회사를 통해 나올 MMORPG에 대한 가치에 대한 평가를 준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첨언했다.


한편 엑스엘게임즈는 현재 '아키에이지', '달빛조각사' 서비스를 위한 콘텐츠 개발 외에 내부적으로 PC 기반 MMORPG를 개발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엑스엘게임즈는 카카오게임즈와 투자 계약을 체결하며 차기 PC온라인 게임에 대한 우선 퍼블리싱 계약 체결 권리를 제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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