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한남3구역 시공사 입찰 과정이 다시 과열되자 규정 위반 여부를 점검하는 변호사, 건축기술자, 공무원 등 전문인력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한남3구역 수주전에 참여한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에 ‘검찰 수사 의뢰, 입찰 무효’라는 초강수를 던졌지만 올해 재입찰에서도 열기가 뜨거워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감시망을 강화하면서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공약도 이전 입찰에 비해 제한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건설사들이 보유한 브랜드 인지도를 비롯해 조합원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현금 유동성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남3구역은 시행을 맡은 조합이 사업비 조달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야 한다. 조합은 신용등급이 없기 때문에 PF 보증을 제공하는 시공사의 신용도가 조달 금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융권은 사업성(분양)을 비롯해 건설사의 신용등급, 부채비율, 유동성 등을 반영해 PF 대출금리를 산정하기 때문이다.

시공사가 조합원들에게 추가 이주비를 대여하는 금리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도 사업비 절감에 영향을 미친다. 한남3구역은 사업비만 7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일례로 7조원을 조달할 때 금리를 10bp만 낮춰도 연 7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건설사의 유동성이 풍부할 경우 사업비 일부를 자체 자금으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시중금리 이하로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팍스넷뉴스가 3개 건설사의 지난해 9월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 유동비율,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순차입금, 신용등급을 비교 분석한 결과 현대건설이 1개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가장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건설사는 98%를 기록한 대림산업이었다. 2위는 대림산업과 8%포인트 차를 보였던 현대건설(106%)이다. GS건설은 235%로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에 비해 두 배 이상의 편차를 보였다.

기업의 상환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현대건설이 204%로 가장 높았다. 이어 대림산업이 147%, GS건설은 128%를 기록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에서도 현대건설이 2조560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00억원 차이로 대림산업(2조3036억원)이 뒤를 이었다. GS건설은 1조7960억원에 머물렀다. 

현대건설은 순차입금에서도 마이너스를 보이며 유일한 순현금을 기록했다. 반면 GS건설과 대림산업은 각각 1조7959억원, 2258억원의 순차입금을 기록했다. 특히 GS건설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1조7960억원)보다 순차입금이 1억원 더 많았다.

회사채 신용등급에서는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 3대 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에서 모두 ‘AA-(안정적)’를 받아 가장 높았다. GS건설은 ‘A(안정적)’를 받는데 그쳤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한남3구역은 사업지가 서울인 데다 사업비 7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사업성이 보장된 곳”이라며 “참여 시공사도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으로 모두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재무건전성도 우수한 대형건설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정부가 특화설계를 제한한 만큼 건설사들이 경쟁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면서 사업비 조달 능력이 수주전의 키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라며 “조단위 사업이기 때문에 금리가 10bp만 달라져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차이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