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남매의 난
소액주주 향한 '사랑과 전쟁'
"도덕성흠결"vs"부실경영"..상대 아킬레스건 거론

[팍스넷뉴스 김현기 기자] 대한항공 지주사 한진칼을 둘러싼 '남매의 난'이 갈수록 흥미진진한 구도를 연출하고 있다. 한진그룹 3개사 노조가 지난 17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을 강력 반대하면서 조원태 현 한진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주자 KCGI는 곧장 조 회장 측과의 이달 내 토론을 제안하고 나섰다. 한진그룹의 미래를 맡을 적임자가 누구인가 판가름해보자는 뜻이다.


이어 18일엔 '3자 연합'이 선임한 대한항공 본사 상무 출신 김치훈 사내이사 후보가 돌연 사임하고 조 회장 지지를 선언하는 반전 드라마가 일어났다. 조 전 부사장 측은 "김 후보가 건강상 이유로 사임했다"고 했으나 '3자 연합'이 큰 타격 입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3자 연합'은 김 후보 사임 쇼크를 뒤집을 만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과 그의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이 그야말로 양보 없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 이기기 위한 양측의 전략도 확실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조 회장은 가족 및 임직원들의 지지 선언으로 우군을 만든 뒤 지금의 한진그룹 위기를 부른 조 전 부사장의 도덕성을 집중 거론한다. 특히 한진그룹 노조가 앞장 서서 '3자 연합' 핵심인 조 전 부사장이 한진칼 경영에 부적절한 인물임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경영권을 갖고 있는 조 회장 측은 가족들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모친), 조현민 한진칼 전무(여동생)의 지지를 일찌감치 이끌어냈다. 이어 지난 14일엔 대한항공 노조, 17일엔 더 나아가 한진그룹 노조까지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한진칼 주식 3.80%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대한항공 사우회도 조 회장 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진칼 주식의 37.25%를 조 회장이 확보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한진그룹 노조의 반대 의사는 치열한 여론전 속 조 회장에게 큰 힘이 된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12월 미국 뉴욕에서 비행기를 탔다가 서비스를 문제 삼아 승무원을 기내에서 내쫓는 ‘땅콩 회항’으로 구속됐다. 이는 현재 대한항공 및 한진그룹 위기를 부르는 출발점이 됐다. 조 전 부사장이 한진칼 경영권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게 한진그룹 임직원들의 분위기다. 


한진그룹 노조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한진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복수심과 탐욕을 버리고 자중하라"고 일갈한 뒤 "안하무인의 위세로 노동자들을 핍박, 그 결과로 한진그룹이 세상 조롱거리가 됐다. 이제 와서 또 무슨 염치로 그룹을 탐내는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한항공 노조는 앞서 "경영 혁신을 부르짖던 이들(KCGI)이 조 전 부사장과 밀약 및 연합을 했다"며 '3자 연합'을 부도덕한 투기 집단으로 치부했다.


반면 주식 비율 32.06%로 추산되는 조 전 부사장 등 '3자 연합'은 포커스를 조 회장의 무능에 두고 있다. 한진그룹이 족벌 경영의 폐해로 무너지고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지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KCGI가 지난 17일 한진그룹에 내놓은 공개 토론 제안에서도 이런 전략이 잘 드러난다. KCGI 측은 "한진그룹은 항공 및 물류 전문회사로 충분한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낙후된 지배구조로 인해 실제가치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는 그룹의 실적악화와 부채비율 증가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결책으론 전문경영인 도입, 대주주 중심이 아닌 이사회 중심의 경영 등을 제시했다.


KCGI는 이달 초에도 "지난해 3분기말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922.5%에 달한다. 그룹의 부채비율과 경영실적은 오히려 악화됐다"며 조 회장 체제에서의 한진그룹이 내리막길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회장 측 우군이 가족과 임직원이라면, 조 전 부사장 측 '3자 연합'의 우군은 주주, 정확히 말하면 주가라고 할 수 있다. '3자 연합'이 결성된 뒤 주가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3자 연합'이 발표된 지난달 31일 4만원이던 한진칼 주가는 18일 4만9800원으로 25% 가까이 올랐다. 특히 '3자 연합'이 한진칼에 주주제안을 제시하기 직전인 12일, 제시한 날인 13일의 상승폭이 각각 3900원(9.85%), 4500원(10.34%)으로 가장 컸다.


주주 입장에선 '3자 연합'의 경영권 장악이 향후 기업가치 증가와 주가 상승에 보다 긍정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3자 연합'이 전자투표제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주가에 민감한 30% 안팎 소액주주들이 전자투표제에 나설수록, 현재 조 회장 측이 주도권 잡은 판도는 안개 속으로 접어든다.


한진칼 주주총회는 내달 25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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