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신세계DF(신세계면세점)가 코앞으로 다가온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특허권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경영전략을 이익성장으로 꼽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인천공항 면세점에 대한 관심을 접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19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사업기조를 이익추구로 잡고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실적의 변수로 자리 잡고 있지만, 과거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이뤄놓은 ‘규모의 경제’를 시현하고 있어 질적 성장을 지속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신세계면세점은 전년대비 195.2% 급증한 111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 또한 전년보다 55.7% 성장한 3조1277억원을 기록하며 외형성장과 내실다지기 모두 성공했다. 기존 명동점이 건재한 가운데 2018년 문을 연 강남점이 실적 향상에 한몫했다.

신세계면세점이 경영의 키를 수익 추구로 돌리면서 일각에서는 오는 26일 등록 마감인 인천공항 1터미널 입찰 경쟁의 강도가 약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입찰에 나오는 면세구역 중 대기업 몫은 총 5곳(DF2·3·4·6·7)이다. 현재 업체별로 호텔신라는 DF2·4·6를, 호텔롯데는 DF3를, 신세계면세점은 DF7을 운영 중이다. 신세계면세점이 발을 뺄 경우 입찰전은 사실상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2파전 양상을 띨 전망이다.

신세계면세점이 내실에 집중하는 것은 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는 데 적잖은 부담을 느낀 영향으로 관측된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임차료가 높아 이익을 남기기 쉽지 않다. 신세계면세점을 포함한 면세업계 모두 인천공항에서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면세구역을 추가 획득 할 경우 초기 오픈 비용도 만만찮아 단기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운영 중인 인천공항 1터미널 내 DF1, DF5, DF7구역 등에 대해 3120억원의 사용권자산 손상차손을 인식하면서 231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손상차손은 이들 면세구역의 향후 예상되는 수익성이 당초 기대보다 떨어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회사 내 현금을 지출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용권 자산의 가치를 미리 떨어트려 놓았다는 점에서 이들 면세구역의 손익개선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입찰여부는)등록 마감까지 가 봐야 알 것 같다"며 "당사의 올해 기조가 이익추구인 만큼 이 같은 분위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면세업계에서는 신세계면세점이 외형축소를 우려해 이번 입찰에 의외의 베팅을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입찰에 소극적으로 참여할 경우 2023년에는 인천공항 1터미널 내 면세구역 모두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입찰에서 DF3과 DF6는 신세계면세점이 운영 중인 탑승동 주류·담배·식품 4개 매장, 패션기타 6개 매장 운영권을 포함한다. 해당 구역에 대한 신세계면세점의 면세특허 만료 시점(2023년 8월) 이후에는 DF3에 주류·담배·식품 매장이, DF6에는 패션기타 매장이 들어서게 된다. 신세계면세점이 외형유지를 위해선 DF2·3·7 등 세 곳을 따내야 하는 셈이다. 

시내면세점의 수익 향상을 위해 신세계면세점이 이번 입찰에 참여할 여지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인천공항은 전세계 면세점 가운데 매출규모가 가장 크다. 이곳을 손에 쥐면 면세사업자가 브랜드와의 가격 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 시내면세점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면 시내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의 적자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면세업체들이 적자를 뻔히 예상하고도 인천공항 입찰전에 뛰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