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남매의 난
델타 지주사 지분 매입=글로벌 트렌드
지주사 예하 항공관련 자산 전반적 제휴 모색 차원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5일 11시 3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권일운 기자] "델타항공이 항공 분야의 시너지를 의도한 거면 대한항공 주식을 사야지 왜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샀나. 델타항공이 오너 일가의 사익을 추구하는 데 협조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강성부 KCGI 대표가 최근 미국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에 대해 제기한 의혹이다. 실제로 델타항공이 사업회사에 해당하는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의 지분을 11%나 매입한 것에 대해 상당수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 대표는 델타항공의 이같은 행위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의 '결탁'으로 간주하고 있다. 


일단 델타항공이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의 주식을 매입한 것에 대해서는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맨 처음 나왔다. 현행 항공법상 외국인 또는 외국 법인이 ▲항공사의 지분 과반을 확보하거나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은 저촉된다. 특히나 후자는 큰 폭의 유권해석이 가능해 추후 문제 소지가 될 수도 있다.


물론 한진칼 지분을 소유한 것도 실질적 지배력 행사가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현행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것이 항공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델타항공도 이를 고려해 지분취득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밝히고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의 경영 참여 행위를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 해도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 배경이 명확해지는 것은 아니다. KCGI의 주장대로 델타항공이 보유한 11%의 지분이 조원태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델타항공이 나타낸 행보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쉬운 데서 찾을 수 있다. 대다수 항공사들, 그 중 대한항공이 주축 역할을 하는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 소속 항공사들의 제휴 전략에 따른 결정일 뿐이다. 스카이팀 항공사들은 조인트벤처 설립 또는 공동운항을 시행할 때 상호간 지분을 매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지주사 지분을 매입해 오고 있다.


지난 2017년 델타항공은 프랑스 항공사 에어프랑스, 네덜란드 항공사 KLM과 대서양 노선 조인트 벤처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델타항공은 이들 항공사의 지분을 매입키로 했다. 구체적인 매입 대상은 두 회사가 합병해 설립한 지주사인 에어프랑스-KLM그룹(법인명 Air France-KLM S.A) 지분 8.8% 였다. 비슷한 시기 중국동방항공도 에어프랑스-KLM그룹 지분 8.8%를 사들였다. 


에어프랑스-KLM그룹은 휘하에 에어프랑스, KLM 외에도 화물 전용 항공사인 에어프랑스-KLM카고, 저비용항공사(LCC)인 트랜스아비아 등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 외에도 옛 프랑스와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지역의 항공사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델타항공과 중국동방항공 입장에서는 에어프랑스-KLM그룹의 지분을 매입해 간접적인 제휴 대상을 전방위적으로 넓힐 수 있었던 것이다.


영국항공과 에어링구스(아일랜드), 부엘링(스페인), 이베리아항공(스페인) 등이 소속돼 있는 IAG(법인명 International Consolidated Airlines Group, S.A.) 역시 지주사의 지분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타 항공사와 피를 섞는다. '오일 머니' 기반으로 사세를 확장시켜 나가는 카타르항공이 IAG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유럽 노선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사례에 비춰 본다면 KCGI측 의혹 제기는 논리적 면에서 다소 억측일 수 있다는 것이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업계 관행'이라는 표현으로 얼마든지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IAG나 에어프랑스-KLM그룹 사례는 비교적 최근의 대규모 지분 제휴 사례에 해당하며, 이전에도 상당수의 비슷한 사례가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델타항공 입장에서는 한진칼은 매력적인 브랜드 두 개를 거느린 항공사로 인식될 여지가 충분하다. 대한항공의 위상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이며, 진에어 역시 LCC 중에서는 유일하게 대형기를 보유해 태평양 노선까지 개척한 상황이다. 자산 구성이나 실적 측면에서도 항공사로 간주할 수 있을 정도다. 매출 가운데 항공운송산업 비중이 90%를 넘으며, 영업이익의 비중은 97.6%에 달한다. 자산 역시도 항공운송사업 관련 자산이 88.4%에 달한다.


금융투자(IB) 업계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를 설립한 것은 단순히 대한항공의 태평양 노선과 자사의 노선을 결합하는 수준만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진그룹 차원에서 보유한 모든 항공 관련 자원에 대한 공유 시나리오까지 따진 후 지분을 취득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KCGI 측이 주장하는 또 다른 결탁의 근거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KCGI는 25일 법무법인 한누리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서면으로 밝히며 "델타항공의 투자가 조인트벤처에 따른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대한항공을 상대로 이루어졌어야 한다"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여기서 말한 '투자'는 증자 형태의 자본 수혈을 의미한다.


하지만 델타항공은 그간 장내에서 한진칼 지분을 매수해 왔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한진칼 주가가 급등했지만, 역시나 시장가로 장내 매수하는 전략을 고수했다. 만약 KCGI의 주장대로라면 한진칼에 대한 제 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해야 하는데, 이는 기존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는 것이 IB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IB업계 관계자는 "KCGI측은 조인트 벤처 설립 과정에서 상호 지분 취득이 반드시 신주발행으로만 이뤄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듯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설령 신주 취득 방식으로 투자를 한다고 해도 한진칼 신주를 매입해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도 개선하고, 한진칼이 대한항공에 자금을 수혈하는 구조를 짜면 그만"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팍스넷뉴스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한진 남매의 난 153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