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올해는 반드시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글로벌 철강제품 가격의 바로미터인 중국산 철강가격이 코로나19에 따른 수요감소 우려로 내림세를 보이면서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관련업체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경영실적 회복을 위해 올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국제 가격은 거꾸로 하락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 중국 철강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달 말 춘절(春節) 연휴를 기점으로 중국내 수요 둔화 폭은 커졌고, 덩달아 철강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중국 철강가격은 국제가격의 바로미터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에 국내 철강업계에도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중국 철강 정보업체 마이스틸(我的鐵鋼)의 왕젠화 철강 수석연구원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내 높은 재고와 약한 수요 등을 고려하면 철강산업 회복에는 수개월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을 덮치면서 중국 철강 재고는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공장 가동 차질로 생산은 줄고 있지만 철강 전방산업 위축, 수출 제한 등으로 수요 감소 폭이 더 큰 상황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XNLS(Xiben New Line Stock)에 따르면 2월14일 기준 중국 철근 재고는 997만톤, 열연은 292만톤, 후판은 136만톤으로 집계됐다. 춘절 직전과 비교하면 철근은 398만톤, 열연은 84만톤, 후판은 29만톤 각각 큰 폭 늘어난 양이다. 주요 철강재 모두 재고가 확대된 것이다. 

눈덩이처럼 늘어난 재고는 중국내 철강가격 하락으로 직결되고 있다. 상하이선물교역소(SHFE) 철근가격은 이달 14일 기준 486달러(5월물 기준)로 춘절 이전보다 26달러 하락했다. 동기간 열연가격도 19달러 내려간 488달러에 그쳤다.

전세계 철강 생산량 가운데 절반을 책임지는 중국의 철강 내수가격은 그 동안 국제가격의 바로미터로 작용해 왔다. 중국가격이 미끄러지면 시차를 두고 국제가격도 강한 하향 조정 압박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최근 가격 인상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의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철강 수요산업들과의 가격협상 테이블에서 자칫 빌미를 잡힐 수 있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대형 철강사들은 올 상반기 조선용, 자동차용 등 주력 철강재에 대한 가격협상에서 반드시 인상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중국발 가격 하락 악재 탓에 수요업체들이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중국 철강 재고 확대는 향후 국내 수입 위협 가능성도 키우고 있다. 전세계 철강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올해 철강 수요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3%p 하락한 1% 내외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의 무역분쟁에 이어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중국 정부가 당장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 철강업체들은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한 철강재에 대한 대량 수출이 불가피하고 인접국인 한국을 최적의 수출 대상지역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이길호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로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철강재에 대한 국내 유입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국내 철강산업 수급에 또 하나의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