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KB금융 측은 국내외 안팎으로 불고 있는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경영에 부응해 후보를 선출했음을 알렸을 뿐이라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과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 과정에서 불거진 '셀프 연임' 논란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차원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KB금융은 지난 25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열고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과 오규택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를 3월 정기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권 전 행장과 오 교수는 각각 내달 임기 만료를 앞둔 유석렬·박재하 사외이사의 후임이다. 3월 정기주총을 통과하면 권 전 행장은 금융경영 분야에서, 오 교수는 재무 분야에서 KB금융의 경영을 조율하고 평가할 예정이다. 

KB금융은 권 전 행장과 오 교수가 ▲주주들의 후보 추천 ▲외부 인선 자문위원의 후보들 평가 ▲외부 서치 펌(Search Firm)의 후보들 평판 조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검증 및 후보 추천 결의의 단계를 거쳐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권 전 행장과 오 교수는 '사람이 아닌 프로세스'에 따라 추천된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절차를 강조한 이유에 대해선 "ESG가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만큼 CEO와 사외이사를 뽑을 때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거치느냐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2017년 말 윤종규 회장 연임 과정에서 일어난 '셀프 연임' 논란 때문 아니겠느냐고 꼬집고 있다. KB금융이 이같은 논란이 발생할 요소들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윤 회장 연임을 결정한 확대지배구조위원회는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됐다. 다만, 해당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사추위에 윤 회장이 들어가 있어 '사실상 본인 연임을 본인이 결정한 것 아니냐'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할만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KB금융 안팎에서 제기됐다. 

회장 승계 계획을 세우는 상시지배구조위원회에도 윤 회장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이같은 지적에 더욱 힘이 실렸다. 

2017년 11월과 12월에 금융당국 수장들이 연이어 금융지주사의 회장의 연임이 쉽게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발언이 윤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돌았다. KB금융 노조도 윤 회장 연임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의구심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이듬해 회장 승계 계획과 회장 후보 결정을 모두 전담하는 조직(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을 신설해 회장의 참여를 막고, 사추위에서도 회장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의 사외이사 추천 절차를 주의 깊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가 윤 회장의 임기 마지막 해인 만큼 회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가 누구인지, 어떻게 절차를 거쳐 추천됐는지 등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에 대해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과 학계 등에서 오랫동안 경험과 실력을 쌓아온 사외이사들이 자신의 명성에 흠이 가는 선택을 하지는 않겠지만, 만약 연임을 결정한다면 금융당국과 시장이 납득할 객관적인 수치와 명분을 명확히 제시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