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목소리 빠진 특금법, 사각지대 놓쳐
시행령 마련 업계 의견 반영 필요…규제 이전 육성안 고려해야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8일 11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공도윤 기자] 업계 의견수렴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통과는 암호화폐 사각지대를 놓쳐 업계 육성과 투자자 보호 모두를 놓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록체인 기술 연구소 헥슬란트와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 27일 ‘가상자산 규제와 특금법 분석 보고서’를 통해 “암호화폐 산업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고자 하는 정부 정책이 자칫 암호화폐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특금법 개정안 마련의 출발이 암호화폐산업 육성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자금세탁방지의무를 준수하라는 FATF(자금세탁방지기구)의 권고안에서 시작하다보니 발생한 문제다. 암호화폐거래소 관계자의 상당수가 '제도가 통과 된다해도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할 정도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상통화 실명계좌 발급이다. 특금법을 시행하면 일정 조건을 갖춘 가상자산사업자만 영업이 가능하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실명계좌를 발급 받아야 영업이 가능하지만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 중 실명계좌를 발급 받은 곳은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4개사에 불과하다. 문제는 타 거래소들이 발급 조건에 맞춰 인프라를 정비하려고 해도 아직 명확한 발급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준비 자체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FATF 권고안은 가상자산사업자들에게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지만 특금법 내 가상자산사업자의 정의는 아직 구체적으로 내려지지 않았다. 특금법 시행시 가상자산사업자를 금융회사 범주에 포함하고 은행권 수준의 고객확인 의무를 준수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시행령은 법 통과 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헥슬란트와 태평양은 보고서를 통해 특금법에서 다뤄질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개설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트래블 룰을 바탕으로 한 개인 거래 데이터의 수집 및 공유는 실제 업계 현실을 반영할 때 한계점을 드러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트래블 룰 적용과 관련해 보고서는 “금융권은 입출금 계정 보유자의 실명을 확인하고 연동하기 위해 선검증 후발급 과정을 거치지만 블록체인 상의 계정 생성은 사전에 별도 인증이나 검증과정이 불필요해 무한으로 가능하며, 이런 특성 때문에 선발급 후검증 방식으로 실명계좌를 운영한다”며 “가상자산사업자가 수취인의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거래소 이용자가 P2P(개인간거래) 방식으로 암호화폐를 이전하면 트래블 룰을 우회할 수 있다. 개인이 자기 자산을 거래하는 것은 가상자산사업에 해당하지 않아 보고의무가 발생하지 않다보니, 이를 파악하려 한다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생성된 모든 계좌에 대한 검증이 필요해 가상자산사업자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비율이 높은 블록체인 산업 특성상 과도한 규제는 산업 육성을 저해하고, 나아가 투자자 보호도 어렵게 한다고 토로한다. 헥슬란트와 태평양 역시 보고서를 통해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실명계좌 개설정책과 기업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인 ISMS 인증 강제화가 맞물릴 경우 중소형 가상자산사업자의 경제적, 기술적, 시간적, 부담이 매우 커질 수 있다”며 “규제 준수를 포기하는 사업자가 등장할 우려도 있다”고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한 암호화폐 기업의 사업자 등록 수수료 제도와 관련해 업계 의견을 수렴, 매출에 따라 차등 수수료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과도한 규제에 따른 업계 위기는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인 ICO(암호화폐공개)의 경우 적절한 관련 법이 없어 작성 내용이 투자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불공정 계약일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올해 들어 비용 문제 등으로 인사업을 정리하는 가상자산사업자가 늘고 있다”며 “폐업시 책임 소재는 계약문제로 풀 수밖에 없는데 피해는 오롯이 투자자들이 떠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리버스 ICO 프로젝트 중 콘텐츠 프로토콜은 규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사업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때 ICO에 참여했던 유틸리티 토큰 투자자는 구매자이기 때문에 규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한 사업 청산 결정에 대해 해당 팀에게 사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계약성 근거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팍스넷뉴스 역시 좌담회(암호화폐는 미래다)에서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업계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는 정부와의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원회 FIU(금융정보분석원)가 경희대 산학협력단에 가상자산에 대한 자금세탁방지법 이행 방안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회나 정부 산하 기관이 특금법 시행과 관련해 여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나 실제 업계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하거나 대화를 통해 의견을 묻는 움직임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특금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이후 법사위,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둔 상태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어 다음달 4일과 5일에 열리는 법사위 전체 회의, 5월 20대 국회 마지막 회의에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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