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국내 여행사들이 풍전등화 신세로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 급증을 이유로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여행)에 이어 아웃바운드(한국인의 해외여행)까지 금지하는 국가가 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일본불매운동에 발목이 잡혔던 중소여행사들이 이번 코로나19 악재에 줄도산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소여행사 39곳이 폐업했다. 2월 첫째 주만 해도 코로나19가 소강기에 접어드는 모양새라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모두 수요가 있었다. 하지만 셋째 주 들어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내국인들의 해외여행 심리 위축과 함께, 한국인의 입국금지 및 한국 방문 자제 등 후속조치를 취하는 국가가 늘면서 관광 수요가 제로(0)가 됐다.

실제 외교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는 36개국, 입국절차와 검역을 강화한 지역은 43곳이다. 아울러 미국 등 상당수 국가가 자국민들에게 한국 방문 자제를 권고하면서 일평균 20만명에 달하던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이 현재는 10만명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여행사들 역시 코로나19 파고를 넘기 위해 무급휴직 및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일례로 1위 사업자인 하나투어는 주 3일제 근무 시 고용노동부의 고용유지지원금과 휴직 수당을 활용해 직원들에게 임금의 80%를 지급하는 계획을 밝혔다.

모두투어 역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달(3월)부터 임금을 최대 70% 보장하는 유급휴직 제도를 2개월간 진행한다. 이외 노랑풍선은 지난달부터 전 직원이 주4일 근무, KRT는 무급휴가, 자유투어와 레드캡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문제는 국내 여행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앞서 일본불매운동과 홍콩 시위로 받은 타격이 적잖았던 터라 정부 차원의 지원 없인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있단 점이다. 이는 국내 여행사 수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다.

일본불매운동이 터지기 직전인 작년 6월말만 해도 국내 여행사 수는 1만7996개에 달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말 1만7936개로 줄어든데 이어 12월말 1만7332개로 6개월 새 664개나 줄었다. 아울러 지난해 3분기(7~9월) 인바운드(449만4030명)와 아웃바운드(712만49명) 관광객수 역시 2분기(4~6월)에 비해 각각 10만2938명, 2만3370명씩 줄었다.

때문에 국내 여행사 상당수가 연속된 악재로 체력이 고갈된 상태라 5월을 넘기지 못하고 줄도산할 것이란 관측도 일각서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몇몇을 제외하곤 국내 여행사 대다수가 영세하다”며 “업계 1, 2위 회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도 경영난을 이유로 유급휴직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나머지 중소여행사의 경우 정부 차원의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부분이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여행업협회 등은 최근 고용노동부와 만난 자리에서 관광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사업주는 고용유지 지원금 등 각종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 실업급여 지급기간이 최대 270일로 30일 길어지고, 지급액도 실직 전 평균임금의 60%로 10%포인트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