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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승자의 저주' 피할까
김현기 기자
2020.03.05 08:29:13
코로나19발 항공수요 침체 변수 우려…"규모의 경제" 기대감도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3일 15시 1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신의 한 수일까, 위험한 도박일까.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이 후발주자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발표하면서 논란이 분분하다. 하필이면 한·일 관계 악화와 유가 및 환율 상승, 그리고 대한민국 전체를 충격에 빠트린 코로나19 쇼크까지 한꺼번에 겹친 LCC 최악의 위기 속에서 M&A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18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695억원(주식 51.17%)에 인수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만 해도 업계에선 긍정적인 분위기가 나름 있었다. 제주항공이 대형항공사(FSC) 아시아나 인수에 실패한 뒤 이스타항공으로 방향타를 돌려 LCC '규모의 경제' 달성으로 선회한 것이 괜찮은 구상이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두 회사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두 번이나 연기되고, 그 사이 코로나19가 중국과 한국을 연이어 휩쓸면서 제주항공이 계약금 115억원을 날리더라도 계약을 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불거졌다. 제주항공은 지난 2일 150억원 낮춘 545억원에 이스타항공 손을 잡기로 결론내리고 공식 발표했다.


◇"호황엔 매물 없어…과감한 선제적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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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비상 경영 릴레이 속에서도 이번 인수합병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이스타항공을 이보다 더 낮은 가격에 살수 없다는 쪽으로 시선을 두고 있다. 항공업이 단순한 서비스업을 넘어 국가 기간 산업이란 점을 감안할 때, 원래 인수가격에서 22%를 더 깎아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품은 것은 '해 볼만한 시도'라는 의견이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무급 휴직 등 리스크가 없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호황기엔 어차피 적절한 인수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시너지, 단거리 노선 내 경쟁 완화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과감한 선제적 투자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 두 대형항공사(FSC)와 격차를 좁히고, LCC 2위 티웨이항공의 추격을 뿌리친다는 점에서도 이번 M&A가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2019년 국제선 여객점유율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22.2%와 15.3%로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제주항공(9.3%)과 이스타항공(3.3%)이 합쳐지면 12.6%가 되면서 아시아나를 사정권에 두고 추격할 기반이 된다. 항공기 보유대수도 제주항공 45대와 이스타항공 23대 등 총 68대가 되면서 보다 많은 노선에 탄력적인 운항 스케줄을 적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최근 호주와 키르기스스탄 등 중·장거리 노선 운수권을 LCC 최초로 배분받아 새 길 모색에 나선 티웨이항공과의 격차도 벌릴 수 있다. 이스타항공을 중국, 일본, 동남아 등 기존 근거리에 집중 배치하면서, 제주항공은 중·대형 기종 확보와 함께 LCC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7~10시간 중·장거리 노선으로 이동시켜 양사가 '윈-윈'하는 것이다.


주식시장도 이번 M&A에 긍정적이다. 인수가 확정된 날, 제주항공 주가가 한 때 20%까지 상승했다. 다음 날인 3일 오전에도 5~6% 상승하며 괜찮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재무 불안…양사에 모두 부담"


하지만 이번 인수를 두고 우려하는 시각이 더 높은 게 냉엄한 현실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논하기엔 지금 닥친 LCC 생존의 파고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의 경영 상태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재무적 분석을 통해서도 이런 걱정은 잘 나타난다. 사실 지난해 12월18일 두 회사 결합이 발표될 때만 해도 M&A 거래 주요 지표인 에비타 배수(EV/EBITDA)는 나쁘지 않았다. 주식 100% 추산가 1358억원에 2018년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 314억원(차입금 없음)을 뺀 이스타항공 기업가치(EV)는 1044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를 2018년 세금이자지급전이익(EBITDA) 139억원으로 나누면 에비타 배수는 약 7.51배가 된다. 이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할 경우, 7년 반 지나 원금회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개 에비타 배수 6~8배 정도면 괜찮은 M&A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는 LCC가 마지막으로 호황을 누리던 2018년 재무제표를 기준 삼아 이뤄진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상장회사가 아니어서 아직 2019년 감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인수자 제주항공을 포함해 국내 모든 LCC가 지난해 수백억원대 영업손실 낸 것 감안하면 이스타항공 역시 EBITDA가 큰 폭의 적자로 돌아선 것이 확실하다. 제주항공이 주식 가격을 150억원 깎아서 인수하는 등 이스타항공 기업가치를 더 낮췄음에도 당장은 에비타 배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됐다. 당분간 제주항공은 자금 회수는 커녕, 이스타항공에 돈을 더 쏟아부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스타항공의 부채비율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타항공은 2018년 말 부채비율이 484.43%를 기록했는데, LCC 마지막 호황으로 그나마 나아진 수치였다. 자본잠식률은 47.94%였다. 이스타항공이 지난달 임직원 급여를 40%만 주는 등 최악의 경영 위기 맞은 점을 감안하면 최근엔 자본전액잠식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도 지난해 말 MOU 체결 때부터 자금투입을 통한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을 시급한 과제로 전한 적이 있다. 당시보다 2개월여가 지난 지금은 LCC 업황이 더더욱 최악으로 치닫는 중이다. 인수자 제주항공도 임직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실시할 만큼 힘든 상황이다. 자칫 이번 M&A가 제주항공까지 위기에 빠트리는 '승자의 저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대한 자금 수혈이 긴박한 상황에서 대금 납입일인 내달 29일까지 유상증자 혹은 정부의 긴급 지원 요청 등으로 급한 불 끌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쇼크가 워낙 강하게 닥친 터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효과를 언제부터 누릴 수 있을지 안개 속에 가려진 것도 현실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항공사는 지금은 중장기 구조조정 효과보다 당장의 재무 부담을 더 걱정해야 한다"며 "2월 우리나라 국제선 여객 수는 전년 동월대비 47%나 급감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각각 51%, 64% 역신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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