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이 이달말 열리는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 정기주주총회에서 신규 사내이사로 동시 선임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풀어야 할 올해 최대 과제인 대우조선해양의 성공적 인수를 위해 가 사장의 책임과 권한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4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오는 24일, 현대중공업지주는 다음날인 25일 각각 주주총회를 열고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지주는 조영철 한국조선해양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는 당초 계획을 틀어 가 사장을 사내이사로 올리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는 올해 그룹 최대 현안인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시급해진 만큼 가 사장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성공적인 기업결합을 가져가겠다는 그룹 의지가 반영된 포석으로 해석된다. 가 사장은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데스크포스(TF)장을 맡아 권오갑 회장과 함께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외업무에 정통한 가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에 더욱 힘을 싣고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 과정은 녹록하지 않은 여건이다. 개별 조선사 기준 전세계 1~2위를 다투던 양사의 결합에 부담을 느낀 해외 경쟁당국들의 고강도 견제가 잇따르고 있다.

양사의 합병을 두고 유럽연합(EU), 일본, 싱가포르 등 6개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현재 승인을 마친 국가는 카자흐스탄이 유일하다.

일본 정부는 최근 양사의 합병 반대를 공식화했다. 지난달 12일 세계무역기구(WTO)가 공개한 한일 조선업 분쟁(DS594) 양자협의 요청서에 따르면 일본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지분 취득 과정에서 정부의 특혜를 주장하고 나선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부터 1차 기업결합심사 절차를 시작한 일본 공정취인위원회가 한국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우호적인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양사 기업결합심사의 핵심 변수로 지목됐던 유럽연합(EU) 승인도 쉽사리 나지 않고 있다. EU 집행위원회 경쟁분과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1차 일반심사에서 결론을 내지 못해 2차 심층심사를 진행 중이다. 당초 예상보다 심사기간이 지연되면서 오는 6월 중순께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일본, 유럽연합을 포함한 남은 경쟁당국이 조건을 걸고 합병을 승인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만약 고부가가치 선박의 생산설비 축소 혹은 점유율 제한 등의 조건을 제시할 경우 합병 이후 경쟁력 강화는 기대치를 밑돌 수 있다.

다급해진 현대중공업그룹은 가삼현 사장의 대외 역량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가 사장은 런던 지사장과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등을 역임하며 그룹내 대표적인 대외업무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당분간 가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성공적 인수를 위한 핵심과제인 유럽연합, 일본 등과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내는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