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KT&G가 고의분식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게 될 위기에 처했다. KT&G는 이에 대해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징계 수위 등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와 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KT&G가 2011년 인수한 인도네시아 담배회사와 관련해 고의분식을 저질렀다고 보고 최근 KT&G에 검찰 통보 및 임원 해임권고 등의 내용을 담은 조치사전통지서를 보냈다.

KT&G가 받고 있는 혐의는 인수한 인도네이사 소재 담배회사를 연결재무제표에 허위로 기재하고 부실실사를 했다는 점, 중동 유통업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한 대손처리를 엉성하게 한 것 등 크게 3가지로 알려졌다.

KT&G는 2011년 싱가포르 소재 특수목적회사(SPC) 렌졸룩 지분 100%를 897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KT&G는 “이번 지분 인수로 렌졸룩이 51% 지분을 쥔 인도네시아의 담배회사 트리삭티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은 KT&G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KT&G가 기존 렌졸룩 최대 주주인 ‘조코’와 이면계약을 체결해 실질적으로 트리삭티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봤다. 금감원의 판단대로라면 KT&G는 2015년 조코로부터 트리삭티 잔여지분을 인수하기 전까지 연결재무제표 및 주석 등을 허위로 기재한 셈이 된다.  때문에 업계는 연결재무제표 허위작성 건이 금감원과 KT&G 간 공방전의 핵심사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감원은 KT&G가 트리삭티의 잔여지분을 매입한 것도 문제 삼았다. 트리삭티는 KT&G에 인수 된 이후 2012년 91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거액을 주고 사들인 값어치를 못했다. 특히 KT&G는 2015년 트리삭티의 경영난 등으로 렌졸룩의 장부가를 0원으로 책정했음에도 조코로부터 트리삭티 잔여지분을 인수하는 데 562억원을 들였다. KT&G가 트리삭티의 가치를 허위로 높게 책정해 손해 보는 거래를 했다는 얘기다.

KT&G는 중동의 담배 유통업자 알로코자이에 떼인 외상매출에 대한 손상처리를 축소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금감원은 KT&G가 알코로자이에 공급한 담배 대금 수천억원을 받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매출채권 대손금을 적절히 쌓아놓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 회수 불가능한 매출채권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하고 해당 금액만큼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

KT&G는 이 같은 3대 혐의를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T&G 관계자는 “피감받는 입장에서 각 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당사의 소명이 관련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는 KT&G가 최근 트리삭티의 실적 추이 등을 근거로 과거 회계처리가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내다봤다.

개별재무제표 기준 트리삭티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15억원, 5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KT&G 해외법인 가운데서는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KT&G는 트리삭티가 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추가출자 당시 트리삭티에 대한 기업가치 측정이 정당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채권 손실 축소 건에 대해서는 알로코자이향 매출채권에 대한 손실처리를 매년 해왔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KT&G 감리에 따른 조치안은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징계 수위는 이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