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당장은 버텨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제주항공은 국내 저가항공사(LCC)간 최초의 인수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및 시너지 효과 창출을 꾀하기 위해 이스타항공을 인수했다.
그러나 경영환경은 거의 최악이다. 한일 관계 악화와 유가 및 환율 상승, 그리고 코로나19 쇼크까지 겹치면서 3월 들어 LCC 국제선 상당수가 운항을 취소하며 비행기를 공항에 대기시켜 놓은 상태다. 유·무급 휴직, 임원 사직서 제출, 급여 체불 등 LCC 업계에 악재들만 가득하다.
이런 점 때문에 제주항공이나 이스타항공 모두 여러 악재들이 해결돼 여행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 특히 인수자인 제주항공 입장에선 현금을 최대한 들고 이스타항공의 급여 체불, 높은 부채(2018년 말 484.4%) 비율 등을 해결해야 한다.
항공업계 전문가들도 "제주항공이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금을 안정적으로 쥐고 있어야 정부 지원금이나 인수금융 통한 자금 확보까지 더해 지금의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체력이 생긴다는 뜻이다.
오는 25일 정기주총을 예정해 놓은 제주항공은 아직 2019년도 감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제주항공의 지주사인 AK 홀딩스도 마찬가지다. 결국 지난해 3분기 분기보고서를 토대로 두 회사의 현금 보유액을 관찰할 수 있는데, 5개월 전엔 제주항공이 약 3260억원, AK홀딩스가 약 2522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연결 재무제표 기준)을 각각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이후 관광업이 끝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어 지금 제주항공이 보유한 현금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1500억원 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올 1분기가 끝나는 3월엔 현금이 대부분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제주항공이 내달 29일까지 이스타항공에 납입하기로 한 주식인수대금은 지난해 12월 양해각서(MOU) 체결 때 선지급한 115억원을 제외하고 약 430억원 안팎이다. 급여 체불과 유류비 미납, 1년 가까이 운항하지 못하고 있는 보잉737맥스8 관리비 등 이스타항공의 부실은 최악이라는 LCC 기업 중에서도 최악이라 제주항공은 당장 이스타항공의 재무 불안부터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에 돈을 쏟아부어 재정건전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1차 과제인 셈이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에선 제주항공이 현재 LCC 공동으로 촉구하고 있는 정부의 특별 지원을 더욱 강조하고, 지난해 말 대형항공사(FSC) 아시아나 인수 때 시도했던 인수금융(차입), 그리고 이스타항공에 대한 유상증자 등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어떻게든 실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제주항공이 갖고 있는 현금까지 더해 코로나19 위기가 사라질 때까지 버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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