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미국계 델타항공이 대한항공 지주사 한진칼 지분율을 14.90%까지 늘렸다. 업계에선 델타항공이 지난해부터 시작한 한진칼 주식 매입을 이제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이달 6일과 9일, 이틀에 거쳐 한진칼 주식 0.92%p인 54만6575주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총 매입가격은 약 466억원이다.

델타항공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이른바 '3자 주주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이 혈투를 펼치고 있는 한진칼 경영권 다툼에서 조 회장의 강력한 '우군'으로 간주되고 있다. 특히 최근 한 달 사이 한진칼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해 '3자 주주연합'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진칼 주식 10%를 보유했던 델타항공은 지난달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한진칼 지분 1%p를 추가 매집했다. 이어 지난 5일엔 닷새에 걸쳐 2.98%p를 더 사모았다고 공시했다. 지분율은 13.98%를 기록했다.

델타항공은 이에 더해 6·9일 0.92%p를 더 사들여 한진칼 지분율을 14.90%까지 끌어올렸다. 관련기사 : 델타항공의 한진칼 매입한도 1% 남았다(팍스넷뉴스 2020.03.09 09:17)

델타항공의 이런 움직임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특정 법인이 상장사 주식 15% 이상을 취득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 독점 우려 등을 심사받아야 한다. 따라서 델타항공 입장에선 한국의 각종 규제 등을 적용받는 지분율 15%에 아주 근소하게 미달하는 수준으로 한진칼 주식을 더 획득할 가능성이 컸다. 지난 5일 13.98% 찍을 때부터 델타항공이 조만간 1%p 혹은 그에 약간 밑도는 지분율을 추가하고 한진칼 주식사기를 끝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델타항공이 올 들어 산 주식 4.90%는 오는 27일 정기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조 회장 측이나 '3자 주주연합' 모두 2~3월에 주식을 대량으로 획득하고 있다는 점은 정기주총 이후까지 경영권 다툼이 계속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델타항공이 조 회장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기주총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표를 행사할 소액주주들에게 어느 쪽이 '대세'인가를 강조하는 수단으로 가능하다.

9일 기점으로 델타항공을 포함한 조 회장 측 지분율은 43.15%로 추산된다. 27일 정기주총 이후 임시주총 등 양측의 경영권 다툼이 2라운드에 접어들면 이 지분율이 위력을 떨칠 것으로 보인다. 주총 참여율이 통상 90%를 넘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의 43.15%는 참석자 과반수에 육박했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3자 주주연합' 입장에선 델타항공이 골치 아픈 존재가 되고 있다. 델타항공으로 인해 당장의 정기주총은 물론 이후 예상되는 임시주총이나 내년 정기주총 등에서 힘든 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산되는 '3자 주주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37.62%다.

물론 오는 27일 정기주총에선 양 측이 아직 팽팽하다. 지난해 12월26일 한진칼 주식을 들고 있는 이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정기주총 투표권을 기준으로 하면 조 회장 측이 33.45%의 지분을 확보, 32.06%를 보유한 '3자 주주연합'을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간주된다. 여기에 대한항공 사우회가 갖고 있는 3.80%의 한진칼 주식이 조 회장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이 2.90%의 한진칼 의결권을 위임하지 않고 직접 행사하겠다는 것도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