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의결권자문사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안건 분석에 돌입한 가운데 최근 불거진 '대한항공 리베이트 수수 의혹'을 참고 요소로 포함해 검토하기 시작했다.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을 방어해야하는 조원태 회장 진영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결권자문사 관계자는 9일 팍스넷뉴스와 통화에서 "(한진그룹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모든 문제들을 살펴볼 것"이라며 "대한항공 리베이트 수수 의혹은 조원태 회장의 연임안건을 분석하는 데 핵심 또는 참고요소로 검토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아직 이번 논란에 대한 관계 당국의 수사 또는 고소·고발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상당한 근거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 충분히 고려할 사항"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의혹은 지난 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최근 프랑스 검찰이 에어버스가 대한항공 등 세계 유수의 기업에 항공기를 납품하면서 리베이트를 줬다는 사실을 확보했다”며 “이게 최종적으로 누구의 돈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3자 주주연합은 세 차례에 걸쳐 성명서를 발표하며 관계 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퇴를 촉구한 반면, 한진그룹은 이를 정면반박하며 진실공방을 이어가는 중이다. 

사실관계를 떠나 주총을 약 2주 앞둔 시점에 불거진 이번 논란은 조원태 회장 진영에게는 분명 불리한 요소다. 앞선 의결권자문사 관계자는 "지난해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와 같은 맥락에서 검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전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안에 대한 의결권자문사들의 반대권고 벽에 부딪혀 연임 좌절의 고배를 마셨다. 대한항공 이사 재선임은 특별 결의사항으로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했는데, 조양호 전 회장은 이날 출석 참석주주 73.84%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66.66%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했지만 2.5% 가량의 표심을 확보하지 못했다. 조 회장은 이 시기에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 중이었는데 서스틴베스트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세계적 의결권 자문사 ISS 등 국내·외 의결권자문사들은 기관투자가와 외국인투자자에게 반대 투표를 권고했다. 

이러한 점때문에 이번 대한항공 리베이트 수수 의혹이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의결권자문사에서 조원태 회장의 연임에 대해 한 차례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는 점은 이 가능성을 더욱 뒷받침하는 요소다.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지난달 말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권고를 내지는 않았지만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서스틴베스트 측은 "지난 5년간 한진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국토교통부의 항공안전 관련 행정처분 10건에 대해 과징금 76억원을 받았다"며 "조원태 회장은 이 기간 대표이사로 재직했기에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존재해 적격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서스틴베스트는 조원태 회장이 부정입학에 따른 학위 취소 관련 행정소송 중에 있고,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도 받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또 다른 의결권자문사 관계자는 "2년여에 걸쳐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진그룹에 대해서는 의결권자문사들이 눈여겨 보고 있는 사안"이라며 "이번 의혹과 관련해 내부에서 격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굉장히 예민한 문제인 만큼 내부 실무진은 물론 외부전문가들과의 논의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