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카카오가 떠난 자리를 채워야 한다.

대한항공 지주사 한진칼 경영 다툼이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가운데 새롭게 주목받는 조원태 현 한진그룹 회장 '우군'이 있다. 바로  GS칼텍스와 한일시멘트다.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정기주총은 지난해 말까지 주식을 취득한 이들에게만 의결권이 주어진다. 지난 9개월간 한진칼 주식을 꾸준히 매입, 지분율을 14.90%까지 늘린 델타항공의 경우, 지난해 산 10.00%는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올 들어 산 4.90%는 정기주총 투표에서 배제된다.

GS칼텍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정기주총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에 지분율 0.25%p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약 14만주를 60억원 안팎에 샀다.

이번 정기주총을 앞두고 조 회장 측은 37.25%를 확보, '3자 주주연합(조현아·KCGI·반도건설)'이 보유한 것으로 추산되는 지분율 32.06%를 크지도 작지도 않게 앞선 것으로 관측됐다. 여기서 더 달아나면 승기를 확실히 굳힐 수 있으나 37.25%의 '우군' 중 이탈표가 생기면 문제가 불거진다. 이번 정기주총의 핵심 안건인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이 안개 속에 빠진다.

이런 가운데 조 회장 측을 바짝 긴장시키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 1%의 의결권을 갖고 있는 카카오가 올해 추가 매입분을 포함, 총 2%를 최근 시장에 전량 매도했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한진칼 주식 매도와 함께 이번 정기주총에서 조 회장 편이 아닌, 기권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조 회장 측은 카카오의 빈 자리를 대신할 '우군'이 절실하게 됐다. 정기주총에서 조 회장 측과 3자 주주연합이 소수점 차이의 격전을 펼칠 것이란 전망까지 있어 GS칼텍스의 0.25%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GS칼텍스의 지분 취득 소식이 화제가 된 것도 이런 박빙 승부 예측 때문이다.

일단 GS칼텍스는 사내 보유 현금 운용 차원에서 한진칼 주식을 취득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조 회장의 선친인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 GS 그룹의 우호적인 관계 등을 생각하면 현 한진칼 경영진이 0.25%를 더 차지할 게 유력하다.

지난해 10월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조양호 전 회장이 보유한 ㈜한진 상속지분 6.87%(82만2729주) 전량을 GS그룹 유통계열사인 GS홈쇼핑에 250억원을 받고 매각한 것도 GS칼텍스의 한진칼 정기주총 '카메오'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에 더해 한진칼 지분 0.40%를 손에 쥔 것으로 알려진 한일시멘트의 역할도 주목된다. 한일시멘트는 오래 전부터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식을 각각 0.64%와 0.40% 보유하고 있다.

한일시멘트가 갖고 있는 지분율 0.40%는 GS칼텍스보다 더 큰 셈이다. 허동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이 한진그룹 내 또 다른 상장사 ㈜한진의 사외이사를 18년이나 했다. 또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고교 동창이란 점을 감안하면 0.40%의 한일시멘트 보유 주식 역시 현 경영진 쪽으로 갈 확률이 크다.

다만 한일시멘트는 현재 3자 주주연합의 핵심 인물인 강성부 KCGI 대표가 LK투자파트너스에서 일하던 지난 2017년, 강 대표와 손을 잡고 현대시멘트 인수전에서 성공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한일시멘트가 이번 경영권 다툼의 두 주체와 각각 맺고 있는 관계들 때문에 기권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일시멘트가 기권하면 웃는 쪽은 3자 주주연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