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서울에 사는 A씨는 요즘 베트남 정부의 한국민 입국 제한 방침으로 인해 걱정이 태산이다. 호치민에 거주하는 가족들을 당분간 만나기 어려운 것은 물론, 한국에 잠시 온 딸의 학교 문제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A씨는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딸을 한국으로 잠시 데려오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지난 달 중순 그렇게 했는데 곧바로 한국 내 확진자가 급증, 베트남이 먼저 한국 오가는 비행기에 제동을 걸었다"며 "지금 다니는 호치민 국제학교 방학 및 휴교 기간이 길어지면 교육에 공백이 길어질까봐 걱정이다. 그렇다고 이중 등록을 감수하고 한국 학교로 옮기기도 애매하다. 호치민 교민 중 사업이나 자녀 교육 등으로 이런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달 29일부터 한국민에 대해 15일간의 무비자 입국을 임시 불허하기로 했다. 이달 1일부턴 한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사람을 14일간 별도 시설에 격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발 여객기의 하노이 및 호치민 공항 착륙을 예고 없이 금지, 한 여객기가 이를 제주도 상공에서 전달 받고 인천공항으로 회항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빚어졌다.

A씨는 "형이 호치민에서 급사했는데 한국에 있는 동생이 바로 갈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 이삿짐은 배로 실었는데 사람이 못 가는 경우, 베트남 집이 비어있는데 월세는 그대로 내는 경우 등 한국민 입국 제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한국의 3위 수출대상국이다. 이 정도로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나라가 하루 아침에 입국 제한을 강하게 실시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민 입국을 금지하거나 사실상 막는 나라가 13일 126개국이나 되지만 베트남 정부의 처사가 일본 정부와 함께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타이항공을 타고 태국 방콕을 경유하면 하노이 혹은 호치민으로 갈 수 있지만 이런 루트로 가는 한국민들은 아주 제한적이다.

그나마 베트남 정부가 13일 삼성디스플레이 엔지니어 186명에 대한 예외 입국을 허용, 이들이 이날 하노이 대체 공항인 꽝닌성 번돈공항으로 떠난 것은 다행이다. 국내 기업인들의 베트남행 물꼬가 열리지 않을까 기대하는 시각이 많다.

이에 더해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9일부터 29일까지 호치민과 인천을 오가는 국제선을 총 11회 운항하기로 했다. 에어버스 330편으로 호치민 공항 이륙시간은 현지시각 새벽 0시10분이다. 다만 이 노선은 한국에서 승무원만 태우고 가는 페리 운항을 했다가, 호치민에서 승객을 태우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로써 베트남 교민들이 가장 많은 남부 호치민과의 여객기 루트는 일단 다시 열린 셈이 됐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가 6월4일까지 한국에서 오는 비행편을 막는다는 방침엔 변함이 없어 사업과 관광으로 많은 비행기를 띄우는 국내 항공사들은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