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나란히 프랑스에 대한 자산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리고 있어 주목된다.
프랑스가 유로존 우량등급 국가 중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데다 금리가 마이너스까지 떨어진 독일에 비해서도 투자 환경이 나은 편으로 평가된다. 또, 환율 프리미엄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제로'까지 떨어뜨린 상황에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프랑스 국공채에 대한 투자 규모를 확대할 전망이다. 게다가 가격 하방 경직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프랑스 부동산 시장에도 적극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삼성생명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2조442억원 규모의 프랑스 채권을 보유했다. 지난 2017년 말 8849억원에서 대폭 증가한 수준으로 유럽국가 중 투자 규모가 가장 많았던 영국(1조4822억원)을 넘어섰다. 영국 투자규모는 오히려 2018년 말 1조5845억원에서 감소했다. 삼성생명의 프랑스 채권은 대부분 프랑스 국공채로 이뤄졌다.
지난 2년새 프랑스 채권 투자 증가액은 미국을 넘어섰다. 미국 채권 투자 규모는 2017년 말 2조8320억원에서 3조8551억원으로 약 1조원 정도 늘어나는데 그쳤다.
삼성화재는 아예 국가별 유가증권 투자 규모에서 프랑스를 가장 위에 올려놓았다. 삼성화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프랑스 유가증권 투자 규모는 6123억원 어치로 미국(3116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삼성화재는 2018년부터 프랑스 유가증권을 매입하기 시작해 1년새 3300억원 가량을 늘렸다. 역시 해당 유가증권은 대부분 프랑스 국공채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프랑스 투자를 늘린 데에는 ‘프랑스 경제가 양호하다는 점’과 ‘환율 프리미엄’ 등이 주요 이유로 작용했다.
프랑스는 유로존 국가 중 그나마 양호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달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프랑스 경제성장률을 직전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아진 0.9%로 낮췄으나 내년에는 0.2%포인트 오른 1.4%라고 상향 조정했다.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각각 0.3%, 0.9%에 그친 독일보다 견조하다.
게다가 프랑스는 독일과 달리 아직 마이너스 금리가 아니다. 프랑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17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0.230%이다. 독일 국채 10년물이 -0.415%인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높다. 같은 국가 신용등급(AA)인 영국 국채 10년물(0.577%)보다는 낮지만 파운드화 강세에 따른 환율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프랑스 채권의 매력도가 더 높아진다.
지난 2018년 초 유로·달러 환율은 1.24달러 수준의 최고가를 기록한 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며 17일 기준 1.114달러까지 내려왔다. 지난해는 투자수요가 미중 무역분쟁으로 안전자산인 달러로 몰리면서 달러강세에 기인해 1.10달러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면 투자금인 달러를 많이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 유로화 대비 달러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러면 환헤지 비용보다 환율 프리미엄을 더 받을 기회도 생긴다. 원화로 바꾸면 이같은 환율 프리미엄은 더 높아진다.
최근 미국이 기준금리를 대폭 낮추는 이른바 '빅컷'을 단행하면서 프랑스에 대한 투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프랑스 부동산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SRA자산운용 등 삼성 금융 계열사들은 2016년 각사가 출자해 만든 부동산 펀드로 프랑스 파리의 대형 오피스 건물 ‘소 웨스트(SO OUEST) 오피스 타워’를 약 4000억원에 인수했고, 2017년에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빌딩을 5300억원에 매입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랑스 파리의 부동산 시장의 경우 공급이 극도로 제한적이어서 가격 하방 경직성 면에서 뛰어나다"고 전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투자처를 찾기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제로금리 시대로 접어든 미국에서 벗어나 투자지역을 다변화는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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