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남매의 난
한 달간 2000억씩, 델타-반도 '쩐의 전쟁'
팽팽한 접전…2라운드 곧 개시

[팍스넷뉴스 김현기 기자] '쩐의 전쟁' 1막이 끝났다.


대한항공 지주사 한진칼 경영권 다툼이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쇼크를 비웃듯 대한민국을 뜨겁게 만들었다. 특히 지난 한 달간은 양측 대표 선수들의 지분 전쟁이 어지간한 기업 드라마 못지 않게 펼쳐져 시선을 모았다.


현재 경영권을 쥐고 있는 조원태 현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 델타항공, 그리고 경영권에 도전하는 3자 주주연합 멤버 반도건설이 주인공들이었다. 두 회사는 오는 27일 정기주총 이후까지 내다본 듯 적지 않은 자금을 쏟아 한진칼 주식을 담았다.


델타항공과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 매입은 양사 모두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 기준(15.00%) 바로 밑까지 이뤄지면서 1막을 마친 상태다. 2~3월 진행된 두 회사의 활약이 워낙 강렬하다보니 머지 않아 벌어질 2막 기대감도 높다.


◇ 각각 2000억원씩 치고 받고

두 회사는 국내 규제를 피하며 살 수 있는 한진칼 주식을 꽉 채웠다. 반도건설이 지난 20일 5.02%p를 추가하며 지분율을 13.31%까지 확 끌어올리자 델타항공이 3차례에 걸쳐 1.00%p, 2.98%p, 0.92%p씩 지분 취득 공시를 냈다. 기존 10.00%였던 지분율을 14.90%까지 끌어올렸다. 이어 반도건설이 지난 17일 1.64%p를 더 사들이고 14.95%를 기록, 델타항공과 같은 선상에 섰다.


두 회사가 한 달간 한진칼 주식에 내놓은 돈은 합쳐서 4000억원에 육박한다. 델타항공은 289만9353주를 1890억원 가량에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도건설은 394만6708주를 1990억원에 쓸어담은 것으로 보인다.


◇ 기계적 매수 vs 효율적 매수


양사 모두 2000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썼으나 획득한 한진칼 지분율은 서로 다르다. 델타항공이 4.90%p를 기록한 반면, 델타항공보다 100억원을 더 쓴 반도건설은 6.66%p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평균단가도 차이날 수밖에 없다.


델타항공이 최근 한 달간 매집한 주식의 평균단가는 6만5000원대로 추산된다. 델타항공의 경우, 한진칼 주식이 8~9만원대까지 치솟아도 매수에 나서는 등 매입단가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지난달엔 20일과 21일 각각 0.50%씩 손에 넣는 등 기계적으로 매수하는 경우가 잦았다.


반도건설은 그에 비하면 자금을 좀 더 효율적으로 썼다. 지난 한 달간 얻은 한진칼 주식의 평균단가가 5만400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결과적으로 한진칼 주가가 급등한 3월 초를 피해서 4~5만원대를 유지할 때 매집했다.


물론 지난해 2~3만원 오갈 때 매입한 주식들까지 합치면 델타항공이나 반도건설 모두 소유한 한진칼 주식 평균단가가 더 내려가 4만원대 초반인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지난 한 달 펼쳐진 델타항공과 반도건설의 경쟁으로 인해 한진칼 주식은 2월21일부터 3월4일까지 9일 연속 신고가 행진을 벌였다. 지난 4일 장중엔 9만6000원을 찍기도 했다. 이 때 시가총액이 4조원을 돌파, 코스피 50위권에 오르면서 "추후 코스피 200에 포함될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 쉼표 없이 2라운드?…기업결합심사 가나


현재 델타항공을 포함한 조 회장 측과 3자 주주연합의 지분 비율은 엇비슷하다. 조 회장 측이 41.40%를 보유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3자 주주연합은 최근 들어 반도건설과 KCGI의 추매로 40.12%를 기록하며 조 회장 측과 거리를 대폭 좁혔다. 오는 27일 정기주총에선 조 회장 측이 다소 우세하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나, 3자 주주연합은 올 가을 임시주총까지 생각하고 있어 양 측 지분 경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에선 델타항공이나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율 15.00%를 초과, 공정위 기업결합심사까지 감수할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주식을 추매하고 한 달 내 공정위 판단을 기다리는 절차여서 일단 한진칼 지분을 더 확보하는 게 우선인 셈이다. 공정위에서 기업결합 심사 대상 기업에 "15.00% 초과분을 의결권에서 제외하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건 나중 얘기다.


특히 세계 증시 공황으로 모든 기업의 주가가 최근 내리막길 추세다. 역설적으로 현금만 들고 있다면 한진칼 주식 확보가 보다 수월한 시기다. 델타항공과 반도건설의 싸움 2라운드가 쉼표 없이 바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쪽이든 1000억원 정도만 더 쓰면 이길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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