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이 허희영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을 거론하며 이해상충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정석인하학원 소속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라는 점에서다. 

3자 주주연합은 20일 ‘국민연금 등 한진칼 투자자에게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입장자료를 통해 허희영 수탁자책임전문위원에 대한 문제제기에 나섰다. 

3자 주주연합 관계자는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 중 허의영 위원은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인데, 한국항공대학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등기이사로 있는 정석인하학원 소속”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희영 위원은 그동안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조 회장 측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며 “이러한 점은 이해상충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주의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한진칼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지분 약 2.9%·추정치)이 어떠한 행보에 나설 것이냐에 쏠려있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는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의 의결권행사를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확대·개편했다. 수탁위는 ▲주주활동 기준, 범위, 절차 등에 관한 사항 검토 ▲중요의결권·기금본부 주요 주주활동 이행 여부 결정 등을 수행한다. 

3자 주주연합의 이 같은 유감표명의 배경에는 주요 의결권자문사들이 조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준 영향이 자리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세계적 의결권자문사 ISS, 대신지배구조연구소(DERI)는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찬성권고를 냈다. 서스틴베스트만 조 회장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이력이 있다며 반대권고를 표명했다. 

의결권자문사들은 조 회장을 제외한 한진칼 사내외이사 후보 선임안건에 대해서도 조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조 회장의 연임을 저지하려던 3자 주주연합의 부담은 가중됐다. 의결권자문사들은 기관투자가와 외국인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에서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안에 대한 의결권자문사들의 반대권고 벽에 부딪혀 좌절된 게 대표적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국민연금까지 조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줄 경우 3자 주주연합의 부담은 가중되게 된다. 3자 주주연합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내부지침이나 각 의결권자문사들의 내부기준을 고려할 때 조 회장은 기업가치 훼손, 주주이익 침해 이력에 해당하고, 여러 문제에 대해 이사로서의 감시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어 이사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격사유가 심각한 현 경영진인 조원태 회장을 유임하기보다 전문경영인으로 책임감을 갖고 투명하게 한진칼을 경영할 새로운 이사진의 선임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