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강훈 기자]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IPO를 목전에 둔 업체들이 속속 상장을 철회하면서 벤처캐피탈 등 재무적투자자(FI)들도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20일 투자(IB)업계에 따르면 에스씨엠생명과학(SCM생명과학)은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SCM생명과학은 지난 18~19일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며 오는 24일 청약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SCM생명과학 측은 "최근 주식시장 급락에 따라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운 측면을 고려해 잔여 일정을 취소한다"며 "추후 다시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CM생명과학은 지난 1월 상장 예비심사를 승인 받았다. 예비심사 승인으로부터 규정상 6개월(180일) 이내에 상장을 마치면 되기 때문에 아직 상장 기회는 열려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급락한 증시가 언제 회복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상장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SCM생명과학은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GVHD), 췌장염,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2014년 설립됐으며 성장 가능성을 알아본 다수의 벤처캐피탈로부터 지속적으로 투자를 유치해왔다. 

가장 지분이 많은 곳은 한국투자파트너스로 지분 12.49%를 보유해 창업자에 이어 2대주주로 있다. 그 외에도 산은캐피탈, DSC인베스트먼트, 네오플럭스 등 다수의 기관들이 SCM생명과학에 투자했다. 이번에 상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단기간내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졌다.

건축 구조물 제조업체인 센코어테크도 지난 5일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센코어테크는 수요예측도 실시하지 않고 과감하게 일정을 늦추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센코어테크의 주요 FI는 외국계 벤처캐피탈인 블루런벤처스다. 블루런벤처스는 운용 중인 펀드로 73억원을 투자해 지분 23.65%를 보유하고 있다. 

블루런벤처스는 이번 IPO에서 구주매출에 나설 예정이었다. 지분율이 높기 때문에 상장과 함께 일부 지분을 처분, 투자 원금을 확보하기 위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센코어테크가 상장을 철회하게 되면서 블루런벤처스의 투자금 회수 시기도 늦춰지게 됐다.

신약 개발 업체인 압타머사이언스도 상장 일정을 중단할 것으로 점쳐진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지난 18일에 수요예측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오는 30일로 연기한 상태다.

압타머사이언스도 2011년 설립된 이후 수많은 벤처캐피탈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설립 이듬해에 포스코기술투자가 펀드로 2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었다. 이후에 포스코기술투자가 지분을 정리하면서 현재는 한동일 대표가 최대주주다.

압타머사이언스는 현재까지 키움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지앤텍벤처투자, BSK인베스트먼트, H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약 2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FI들은 2018년 있었던 프리IPO 당시보다 기업가치가 2~3배 이상 상승했기 때문에 이번 IPO로 차익 실현을 노려왔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IPO 계획에 차질이 크다"며 "코로나19가 잠잠해지더라도 증시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경우 벤처투자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