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지윤 기자] 태영건설의 2대주주인 머스트자산운용이 지난해 경영 참여를 선언한 뒤 거둬들인 성과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태영건설 지분을 꾸준히 사들인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현재 15.85%의 지분을 보유해 태영건설 2대주주에 자리하고 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주주 행동주의에 나섰다. 태영건설 경영진을 대상으로 ▲지주사 체제 전환 ▲가족 간 계열분리 중단 ▲자회사 티에스케이코퍼레이션의 지분가치 제고 ▲미디어 사업 방향 변화 ▲이사회 산하 거버넌스위원회 설립 등을 요구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의 요구 중 가장 먼저 실현된 사안은 태영건설의 지주사 체제 전환이었다. 태영건설은 지난 1월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지주회사 티와이홀딩스를 신설해 투자부문을 맡기고 태영건설을 비롯한 사업회사들을 티와이홀딩스의 종속회사로 두는 구조다.

머스트자산운용은 태영건설의 인적분할 결정에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분할 비율이 사업회사인 태영건설은 50.9%,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는 49.08%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통상 인적분할 시 대주주는 지주회사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사업회사 대비 분할비율을 훨씬 높게 설정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회사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이 금전적 손해를 보기도 한다. 이에 반해 태영건설의 인적분할은 주주가치를 충분히 고려했다는 평을 받는다.

머스트자산운용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현재 머스트자산운용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안은 태영건설 이사회 산하 거버넌스 위원회 설립이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사외이사 2명, 주주대표 1명, 전문가 1명 총 4인의 거버넌스 위원회 설립을 태영건설 경영진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의 주요 의사결정을 사전에 점검해 경영진의 단독 의사결정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 거버넌스 위원회 설립 안건을 상정할 것이라고 관측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 20일 열린 태영건설 4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해당 안건 자체가 오르지 않았다. 

머스트자산운용은 현재 태영건설과 거버넌스 위원회 설치에 대한 협의에 나선 상태다. 오는 6월 30일 태영건설 인적분할 후 구체적인 거버넌스 위원회 도입 시기에 대한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머스트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안에 맞는 최적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이사회 산하에 거버넌스 위원회를 도입하는 방안을 태영건설과 논의하고 있다”며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는 거버넌스 위원회 설립에 대한 안건 상정 자체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가장 중요한 인적분할 시점이 3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며 “회사를 분할한 후 거버넌스 위원회 설치에 대한 세부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주식 시장이 좋지 않아 태영건설 주가가 낮은 것을 제외하면 영업 측면에서는 순항 중이라고 생각한다”며 “분할을 실시한 뒤 거버넌스 위원회 도입 등 다른 사안들도 태영건설과 차근차근 논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머스트자산운용과 태영건설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공유하고 있다”며 “태영건설은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투자홍보(IR)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