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채권 위기…업계 “정부 지원필요”
④ 등급높은 기업 CP 매입 필요
이 기사는 2020년 03월 30일 09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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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넷뉴스 김경렬 기자] Q. 코로나19가 발생 이후 채권시장은 어떤 흐름을 보이는가. 


ㄴ : 100% 안정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난 20일까지 큰 변동은 없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서 보면, 채권시장에서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수준과 같다. 요즘 하루 금리 스프레드가 10bp 정도 움직이는 데 그친다.


2008년에는 증권사 운용사나 매니저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변동이 심했다. 정상화 되는 순간 손실로 잡힐 수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감히 채권을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정부가 이 때 채안펀드(채권시장안정펀드)를 만들었다. 당시 10조원 규모의 채안펀드를 발행해 거래가 전무했던 은행채를 가장 먼저 샀고, 그 이후에 회사채와 여전채에 돈을 투입했다. 일시에 스프레드는 안정됐고 시장 사람들도 채안펀드의 효과를 확인했었다.


ㄷ : 맞는 말이다. 지금 시장은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채안펀드를 선제적으로 준비해 온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Q. 채권시장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우선 안정화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ㄴ : 지난 18일에는 'A1' 수준의 기업어음(CP)이 시중은행의 보증을 받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거래가 되지 않았다. “이걸 해야돼?”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황당한 시장이었다. 국민은행이 보증을 섰는데도 거래가 안됐다. CP 거래가 막혀버린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간이 짧은 CP를 회사채보다 먼저 신경써야한다. 회사채를 발행할 정도의 기업들이라면 돈이 당장 6개월 정도 돌지 않는다고 해도 부도가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만기 구조가 짧은 CP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거래가 불발되면 기업의 부도(디폴트)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ㄱ : CP 시장부터 안정시켜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사고가 터질 때는 회사채에서 터지는 게 아니다. CP에서 터지고 난 후 회사채로 넘어간다. 2008년 당시 미국의 경우 정부가 국채를 이용해 CP를 제일 먼저 사들였다. 이게 안 되니까 모기지론 만들고 주택저당증권(MBS)에 들어갔다. 

            

이번에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서둘러 CP매입기구(CPFF)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과거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낸 대응이다. 연준은 1조 달러를 풀어서 CP를 매입할 여력을 확보했다더라. 연준이 위기의 상황에 각종 신용위험을 감수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점 역시 매우 인상 깊었다.


ㄷ : 동의한다. 단기 채권 안정책이 순서상으로 먼저다.


Q. 우리나라 역시 미국과 같이 CP 시장을 효율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ㄴ : 우리나라는 전 세계 상위권에 들 정도로 외환보유고가 높은데 이걸 전부 국가가 가지고 있다. 정부는 보유한 외환보유액을 운용 및 관리하기 위해 해외투자전문기관인 한국투자공사(KIC)를 두고 있다. KIC가 미국채를 매수하면서 외환을 굴린다. 예를 들어 증권사의 경우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요구)을 채우기 위해 달러가 많이 필요한데, 외환을 많이 갖고 있지 않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미국채를 환매조건부매매(RP) 계약과 같은 방식으로 우리나라 금융권이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하면 어떨까 한다. 정부에서 미국 트레저리본드(미국 7~10년 만기 국채)를 RP 형식으로 계약을 맺은 다음 증권사에 넘기고, 증권사로부터는 원화를 담보로 받는 방법을 예로 들 수 있다. 해외 금융기관에서 마진콜이 들어온 경우 국내 증권사가 부족한 부분을 미국 현지 정부채로 채운다고 하면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직접 CP를 매입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ㄱ : 기업들의 CP를 매입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우선적으로 막아주는 게 채안펀드 나오기 전 대응방안 아닌가 싶다. 등급이 좋은 것만 사줘도 된다. 신용도 좋은 곳부터 순서대로 지원하면 그 다음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Q. 공모채 시장은 지금 어떤 모습 보이는가.


ㄷ : 수요예측이 대부분 미달 나고 있다. 포스파워의 경우 500억원을 자금 조달했는데 수요예측이 400억원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ㄴ : 다만 그렇다고 해서 아직 공모채 시장이 ‘침체기’라고 정의내리기는 조금 애매모호한 면이 있다. 포스파워의 경우 완전한 기업의 회사채라기보다는 특수목적회사(SPC)의 형태를 갖춘 곳이다. 삼척에 설립하려는 발전소 사업인데 아직 매출도 없고 코로나19로 인해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ㄷ : 지난주 공사채 중에 수요예측이 0인 곳도 있었다. 부산항만공사의 'AAA'급 공사채 10년물은 1000억원 전량이 유찰됐다. 20년물은 1000억원 중 600억원만 응찰했다. 'AA+'급 인천도시공사 5년물 입찰도 계획한 800억 원 규모에 모집액이 미달해 발행이 취소됐다. 인천도시공사는 수요예측 흥행이 어려울 만도 한 곳이다. 재정 자립도가 낮고, 유럽 재정 위기 때 어려움을 겪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ㄴ : 지난주 위에 언급한 회사들이 수요예측을 할 때 당시에는 국고채 금리가 요동치고 있어서 회사채 쪽에 수요가 몰리기 어려운 시장이기는 했다. 국채금리가 20bp씩 변동성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ㄷ : 공모채 시장에서 3월은 일반적으로 비수기에 해당한다. 3월 말부터 주주총회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정확한 공모채 시장 흐름은 4월이 돼 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본다. 4월부터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본격화되는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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