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남매의 난
국민연금 지지얻은 조원태, 승리에 쐐기?
지분 2.9% 이상 의미…경영무능 꼬리표 떼나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6일 16시 4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김현기 기자] 지분율 2.90% 이상의 힘을 얻게 됐다.


조원태 현 한진그룹 회장이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은 것은 단순한 찬성표 이상의 명분 및 실리 획득으로 연결된다. 오는 27일 열릴 한진칼 정기주총을 앞두고 반대파 3자 주주연합(조현아·KCGI·반도건설)의 도전에 쐐기를 박은 것은 물론, 자신을 끊임 없이 따라다닌 '경영 문외한' 꼬리표까지 떨쳐낼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반대에 밀려, 선친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던 아픔까지 털어낼 수 있게 됐다.


◇ 조원태, 정기주총 압승 보인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정기주총을 앞두고 조 회장, 그리고 그가 내세운 이사 후보 7명을 전부 지지했다. 국민연금은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은 물론, 하은용 부사장(사내), 김석동, 박영석, 임춘수, 최윤희, 이동명(이상 사외) 등 조 회장 측이 내세운 이사후보들에 모두 찬성 의견을 냈다. 반면 3자 주주연합이 올린 이사 후보 중에선 김신배(사내)와 서윤석(사외)에 대해서만 찬성 의사를 드러냈을 뿐 나머지 4명은 반대했다.


조 회장 측은 지난 2개월간 치열하게 전개된 한진칼 경영권 다툼에서 최근 들어 승기를 잡고 있었다. 우선 국내·외 의결권 자문회사들이 조 회장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어 법원이 반도건설 의결권을 당초 예상된 8.20%에서 5.00%로 줄이면서 산술적으로도 이길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정기주총 직전까지 추산된 양 진영의 이번 정기주총 우호지분 확보 상황은 조 회장 측 37.25%, 3자 주주연합 28.78%였다. 이에 더해 2.90%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 지지까지 이끌어내면서 조 회장 측은 3자 주주연합에 10%p차 이상의 압승을 꿈꿀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론 법원과 국민연금이 조 회장 측 승리 '양대 백기사' 역할을 했다.


◇'경영 무능' 논란에서도 벗어나


조 회장 입장에선 완승 여부를 떠나서도 국민연금 지지가 반가울 만하다. 자신에 대해 끊임 없이 제기되는 '경영 무능' 논란을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기 됐기 때문이다.


3자 주주연합은 지난달 대규모 기자회견을 비롯 각종 보도자료를 통해 조 회장의 경영 능력을 집중 공략하고 나섰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조 회장이 지난 2014년 한진칼 이사로 취임한 뒤 2018년까지 한진칼과 핵심 자회사 대한항공의 누적 적자가 1조7411억원에 다다른 현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코스피 상장기업 중 압도적 1위라는 것 등을 열거했다. 조 회장 측은 3자 주주연합의 주장이 항공산업의 특수성을 모르는 것에서 비롯된 무지임을 역설했으나 각종 재무지표가 조 회장에게 아킬레스건이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국가기관인 국민연금이 조 회장은 물론, 그가 뽑은 이사 후보들의 손을 모두 들어준 것은 조 회장 실력에 대한 물음표를 지우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소액주주들의 표심도 사로잡을 수 있게 됐다. 3자 주주연합은 이번 정기주총에서 패하더라도, 추후 임시주총을 열어 조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조 회장은 이번 정기주총은 물론 올 하반기 열릴지도 모를 임시주총도 대비해야 하는데, 소액주주나 기관투자가 중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더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년 전 아버지의 아픔, 지웠다


바로 1년 전 대한항공 정기주총에서의 악몽도 갚을 수 있게 됐다. 당시 조 회장의 선친 조양호 전 회장은 표결에서 2.50%가 부족, 대한항공 사내이사에서 내려오는 일을 겪었고, 아들은 조 회장 역시 이를 지켜봐야 했다. 조 전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좌절은 국민연금의 ‘반대’가 가장 큰 이유였다. 국민연금이 조 전 회장과 등을 돌리면서 소액주주들도 이에 편승했다.


그런 측면에서 조 회장이 이번 한진칼 주총 앞두고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은 것은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 트라우마를 지우고 새롭게 전열을 정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3자 주주연합, 향후 시나리오와 희망은?


조 회장 대항마로 오랜 기간 칼을 갈았던 3자 주주연합은 안 그래도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국민연금에 결정타를 얻어맞은 셈이 됐다. 정기주총 승리는 거의 불가능하다. 3자 주주연합은 최근까지 한진칼 주식을 꾸준히 매입, 지분율을 42.13%까지 올려놓았다. 이는 조 회장과 우군들이 현재 보유한 것으로 추산되는 지분율 41~42%과 비교해 거의 대등하거나 오히려 앞선다. 올 가을 임시주총에서 설욕을 다짐할 산술적 기반은 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거의 일방적으로 조 회장 편을 들어주면서 향후 행보에 자신감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중립적 위치의 주주들이 3자 주주연합을 얼마나 신뢰할지도 의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국민연금이 김신배, 서윤석 등 3자 주주연합이 추천한 두 이사후보에 대해선 찬성 의사를 냈다는 점이다. 두 이사가 국민연금 지지표를 바탕 삼아 한진칼 이사진에 진입한다면, 조 회장의 독주를 견제할 중요한 감시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두 이사후보의 '당선 가능성'도 지금으로선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한항공의 에어버스 관련 리베이트 사건 등은 추후 수사 여부에 따라 3자 주주연합이 되살아나기에 좋은 촉매다.


국민연금의 조 회장지지 발표 뒤 한진그룹 경영 정상화를 주장하는 채이배 민생당 의원도 이와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채 의원은 “대한항공의 리베이트 사건에 대한 수사 및 회사의 자체감사가 이뤄져 과거의 잘못이 있으면 책임지고, 바로 잡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한진칼 이사회 내 조원태 등 기존 세력을 견제할 수 있는 신진 세력이 필요하다. 3자 주주연합이 추천한 김신배, 서윤석 이사후보들이 선임되면 조원태를 견제할 수 있을 것 같다. 기관투자자들이 국민연금과 뜻을 같이 해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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