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려운 산업은행과의 딜
코로나19 타개 가장 중요한 역할에도 프로세스 그대로···이동걸 회장 결단 필요
이 기사는 2020년 03월 31일 13시 4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이규창 기자] 아시아나항공 M&A는 여러 잡음에도 일단 진행되고는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특히 항공업이 심한 타격을 입는 와중에도 인수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물론, KDB산업은행과의 여러 마찰을 빚고 있다는 뒷얘기도 흘러나온다. 1차 유상증자 대금 납입도 연기됐다. 현산 컨소시엄의 상당한 고민이 느껴진다.  


사실 인수를 추진할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가치와 현재 가치는 크게 달라졌다. 현 시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청산가치와 존속가치를 따졌을 때 현산 컨소시엄이 제시한 2조5000억원(구주 3228억원+신주 2조1772억원)은 지나치게 비싼 값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현산 컨소시엄은 인수 포기시 아시아나항공의 법정관리행이 명확한데다 이는 국가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해 일부 불만이 있을지언정 어떻게 해서든 거래 성사에 노력하고 있다.


이럴 때 매도측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딜이 성사된다. 사전에 약속한 가격 조정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인수금융 제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채택해야 한다.


하지만, 산은의 태도는 정반대다. 팍스넷뉴스가 보도한 것처럼 산은은 현산 컨소시엄에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 할인율을 없던 일로 하자고 요구하면서 딜을 거의 망칠 뻔했다. 상황은 좋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오히려 인수조건을 더 상향한 셈이다. 유증 할인율은 신주를 할인율만큼 낮은 가격에 발행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할인율을 삭제하면 당연히 현산 컨소시엄의 인수부담은 더 가중된다.


현산 컨소시엄은 강하게 반발했고 산은이 물러나면서 총 2조1772억원 중 약 1조4665억원 규모의 1차 유증 발행가액은 할인율 8.9%가 적용된 액면가 5000원으로 결정됐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M&A 당시 5000원대였으나 2000원 초반대로 떨어졌다가 현재는 3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매도측 입장에서는 당연히 가격을 높게 받아야 한다. 하지만 산은은 다른 매도자와 달리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현산 컨소시엄이 딜을 유지하는 것만 해도 고마운 상황인데 지나치게 부담을 안겼다가 딜이 깨지거나 동반 부실해진다면 산은은 책임을 방기하는 꼴이 된다.  


이러한 산은의 내부 프로세스는 연이은 KDB생명보험 매각 실패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산은은 지난 2010년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으로 6500억원 규모의 PEF를 조성해 KDB생명을 인수했고 이후 8500억원을 더 투입했다. 그러나 산은은 2014년 이후 세 차례나 KDB생명 매각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이 사이 KDB생명 가치는 급전직하했다. 장기간 매물 대상으로 올라온 회사는 자체적인 성장동력을 찾는데 한계가 있다. 그동안 인수후보가 없지 않았으나 산은은 본전 생각이 간절했고 좀처럼 양보하지 않았다.


대우건설 매각도 마찬가지다. 2018년 호반건설이 딜을 포기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많지만, 산은이 파악하지 못한(또는 알리지 않은) 대우건설의 우발채무가 결정타였다. 인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없었던 부실 문제가 여러 논란에 시달렸던 호반건설을 포기하게 만든 것이다.


현재 산은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맡고 있으나 여전히 여신 또는 매각 부실의 책임 문제를 신경쓰며 유연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나서서 손절성 매각이나 긴급자금 지원 등에 대해 실무자들의 책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의 총대를 맨 만큼 적절한 타이밍에 과감한 지원 및 과감한 손절 등 국가 산업 전체적인 시각에서 윈-윈하는 전략적 선택을 하고 정부와 정치권을 강하게 설득해야 한다. 책임 전가나 타 기관 저격에 몰두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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