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취임 2년'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가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선포하면서 신사업 발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내수 침체가 이어지고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데 따른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광범 대표는 남양유업 주주총회 자리에서 실적부진에 따른 비상경영체제 선포 및 신사업 개척을 강조했다. 통상 비상경영체제에서 엿볼 수 있는 판관비 감축 등 군살빼기는 물론이고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모든 임직원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미래 성장 먹거리를 창출을 위한 노력으로 난관을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의 위기의식에는 남양유업의 부진한 실적이 자리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영업이익 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85억원)보다 90%이상 폭락한 수치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불안정한 외부환경은 물론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적용 등에 따라 내수 소비 위축과 저성장이라는 위기상황에 직면했다는 게 남양유업의 설명이다.

이같은 부진은 지난해만 이어진 게 아니다. 남양유업은 최근 몇 년째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6년 418억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2017년 51억, 2018년 86억원으로 떨어지더니 지난해 4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이후 브랜드 이미지 실추가 심각했다”면서 “전반적인 국내 우유 소비 위축까지 더해져 부진한 실적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남양유업 입장에서는 경쟁사 매일유업이 지난해 영업이익 853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4% 증가했다는 점도 뼈아프다. 매일유업은 그동안 부진했던 외식사업 축소 등 사업 개편을 진행하면서 실적개선에 성공했다. 남양유업과 같은 유업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이에 따라 이광범 대표는 단순한 몸집줄이기에 급급하지 않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의 매출비중을 살펴보면 우유 부문이 52%로 가장 높고 기타(외식등) 부문 25%, 분유 부문이 22% 수준을 보이고 있다. 남양유업의 신사업은 우선적으로 기타와 분유 카테고리에서 확장된 제품군 중심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주 사업군인 흰 우유제품은 물론 커피등 유제품군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남양유업이 지난달 영양맞춤 이유식 신사업인 ‘케어비’브랜드를 론칭한 점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남양유업이 지난 2014년부터 시작하고 있는 백미당과 철판요리 음식점 철그릴,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치’ 등에 대한 외식사업확대도 주목된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일식당 철화를 오픈하면서 사업규모를 늘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실적만 살펴봐도 최대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대표 2년차를 맞는 이광범 대표의 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