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성그룹 재편
단재완 회장 일가, 약화된 지배력 지주사로 만회하나
사업회사 지분 현물출자시 지주사 과반 지분 확보 어렵지 않을 듯


[팍스넷뉴스 권일운 기자] 단재완 해성그룹 회장 일가가 해성산업-한국제지 합병 과정에서 약화된 지배력을 지주사 전환 카드로 만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해성산업을 인적분할한 뒤 오너 일가 몫의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에 넘기고, 그 대가로 지주회사 신주 지분을 받는 구조다. 일련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해성산업이 보유한 한국제지 주식과 해성산업의 자기주식은 사업회사 지배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재완 회장 일가의 자산 관리 회사(패밀리 오피스)인 해성산업은 오는 7월 1일자로 한국제지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합병으로 소멸될 한국제지 주주들에게는 그 대가로 해성산업 신주를 지급한다. 합병에 동의하는 한국제지 주주들은 보통주 1주당 해성산업 신주(보통주) 약 1.67주를 받게 된다.


이같은 계획대로 합병이 이뤄진다면 단재완 회장과 단우영 한국제지 부회장(장남), 단우준 한국제지 사장(차남) 등 오너 일가가 소유한 한국제지 주식은 고스란히 해성산업 주식으로 바뀐다. 지금의 합병 비율대로라면 단재완 회장 일가가 교부받을 해성산업 신주는 267만주다. 앞서 보유하고 있던 주식(615만주)까지 더하면 해성산업 주식만 880만주 이상이 된다.


합병을 통해 단재완 회장 일가는 해성산업 주식 수를 크게 늘리게 된다. 하지만 60%를 넘던 지분율은 대폭 하락하게 된다. 한국제지의 소액주주들에게도 대량의 해성산업 신주가 교부돼 희석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제지 합병 대가로 발행되는 신주가 834만주에 달한다는 점을 토대로 단재완 회장 일가의 지분율을 추산해 보면 전보다 10%포인트 이상 하락한 48~49%선이 될 전망이다. 과반 의결권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셈이다.


금융투자(IB) 업계에서는 이같은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단재완 회장 일가가 해성산업을 지주사로 전환, 지배력 강화를 모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성산업을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하고, 사업 부문을 지분 스왑(교환) 방식으로 투자 부문 아래로 옮기는 작업을 통해서다. 이같은 방법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과 중견기업 상당수가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았다.


합병을 마친 해성산업을 투자·자산관리 부문(가칭 해성홀딩스)과 제지 부문(가칭 해성제지)으로 재차 인적분할하면 단재완 회장 일가는 해성홀딩스와 해성제지 지분을 동일 비율로 소유하게 된다. 현재 진행되는 합병안에서 다른 변수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해성홀딩스와 해성제지 지분을 각각 49% 안팎으로 갖게 된다.


인적분할 뒤 단재완 회장 일가가 소유한 해성제지 지분을 그대로 해성홀딩스에 넘기면, 해성제지는 자연스레 해성홀딩스의 산하로 편입된다. 단재완 회장 일가는 그 대가로 해성홀딩스 신주를 받으면 된다. 해성제지의 가치평가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교부받는 해성홀딩스 신주 규모가 달라지겠지만, 해성제지 자체가 자기자본만 5000억원에 육박(한국제지 2019년 사업보고서 기준)하는 까닭에 해성홀딩스 지분율을 두자리 수까지 끌어올리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거래를 통해 단재완 회장 일가는 해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놓이게 될 해성홀딩스를 완벽히 장악하게 된다. 여기에 과반에 미달할 수도 있는 해성제지 지분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한다. 해성산업이 보유한 한국제지 주식(28만주)과 한국제지의 자기주식(18만주)으로 '자기주식 마법'을 일으키는 것이다.


해성산업의 한국제지 주식과 한국제지 자기주식은 모두 합병에 동의하는 대가로 신주를 교부받게 된다. 합병을 끝마친 해성산업은 76만주의 자기주식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지분율로 따졌을 때 4%를 넘을 것으로 추산돼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규모다.


해성산업의 자기주식은 인적분할의 대가로 각각 해성제지와 해성홀딩스 지분을 수령하게 된다. 이론적으로 해성제지가 4%대 해성홀딩스 지분을, 해성홀딩스는 4%대 해성제지 지분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앞서 단재완 회장 일가의 해성제지 지분을 현물출자 받고, 해성홀딩스 몫으로 신규 배정되는 해성제지 지분까지 더하면 해성홀딩스는 어렵지 않게 해성제지 의결권 과반을 확보하게 된다.


단재완 회장 일가가 해성홀딩스 지분을 더 끌어올릴 방법도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소유한 자산들을 해성홀딩스에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재차 해성홀딩스 신주를 지급받는 방식이다. 이같은 청사진에 포함될 대상으로 IB업계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곳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산업용 공구 제조사 계양전기이다. 


단재완 회장 일가가 소유한 계양전기 지분은 27.8%다. 여기에 해성산업과 한국제지가 소유한 계양전기 지분도 총 20%에 육박한다. 자기자본이 2000억원 가량 되는 계양전기 지분을 현물출자 등의 방식으로 적절히 활용할 경우 한국제지 못지 않은 지배력 강화 효과를 낳을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합병안과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만 고려하더라도 단재완 회장 일가가 지주사 지분을 60~70%대까지 확보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 보인다"면서 "개인적으로 보유한 다른 자산들까지 추가로 지주사에 투입할 경우 사실상 비상장사나 다름없는 지배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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