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 빼는 LG
LG화학, 손해 감수하며 '脫 LCD'
작년 유리기판 손상차손만 682억…우지막 영업권도 '0원' 처리
LG가 올해도 그룹 군살 빼기에 나선다. 비핵심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미래 신산업에 에너지를 집중한다. 기초체력을 올려 나가기 위한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사업부 분사와 지분 매각은 물론 최근엔 해외 계열사를 통한 유동성 환수에도 나서고 있다. 취임 이래 줄곧 강조한 구광모 LG 회장의 실용주의 경영방식이 반영된 결과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같은 변화가 지주사를 비롯한 LG 전 계열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취임 3년차에 접어든 올해는 수확을 위한 본격적인 씨뿌리기 작업이 가시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팍스넷뉴스 류세나 기자] LG화학이 기업 체질 변화에 속도를 올려 나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전해액 설비, 2CCL 등 수익성이 낮은 일부 사업을 매각한 데 이어 올 들어선 중국발 저가공세로 시름을 겪고 있는 LCD 관련 사업을 잇달아 정리하고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비핵심 사업은 접고, 중장기 성장이 전망되는 전지(배터리)분야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가는 모습이다. 


◆ 비핵심사업 '정리'…연료전지 '방 빼고' 中수처리 '퇴각'


LG가 오너 4세인 구광모 회장 체제로 재편된 이후 LG화학도 신임 총수의 경영 방향성에 맞춰 체질 개선을 진행했다. 가장 먼저 손 본 것은 경쟁력 없는 사업군에 대한 정리 작업이다. 특히 이중엔 LG화학 단독사업 뿐만 아니라 관계사들과 공동으로 얽혀 있는 사안들도 여럿 포함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주사인 ㈜LG와 LG전자, LG CNS 그리고 LG화학이 공동출자한 발전용 연료전지기업 LG퓨얼셀시스템즈(화학 지분 23%) 청산 건이다. 


앞서 2012년 LG는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을 에너지 신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롤스로이스로부터 퓨얼셀시스템즈를 인수했지만 수년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구 회장은 취임 첫 해(2018년) LG퓨얼셀시스템즈 청산을 결정했고, 지난해 관련 작업이 마무리됐다. 여기에 들어간 LG 계열사들의 자금만 해도 2800억원이 훌쩍 뛰어 넘는다. 그 중엔 LG화학의 출자액 776억4800만원도 포함됐다. LG화학은 청산 결정을 내린 2018년 곧바로 이 회사 장부가액 전액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는데, 당시 장부가액이 265억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LG화학 수처리 RO필터.


LG화학은 지난해 멤브레인, 나노H2O장수 등 수처리 관련 사업 대부분도 정리했다. 먼저 2018년 LG전자로부터 40억원을 들여 사들였던 수처리분야 핵심으로 꼽히는 수처리막(멤브레인) 사업과 관련한 특허권, 상표권, 생산설비 등 자산 일체를 약 1년 만인 작년 8월 시노펙스에 양도했다. 


공시 의무가 없는 소규모 양수도 계약인 탓에 정확한 금액은 확인할 수 없지만 시노펙스의 작년 3분기 현금흐름표를 보면 유형자산과 무형자산 확보를 위해 투입한 금액이 같은 해 6월 말 대비 각각 23억원, 12억원씩 늘었다. 이를 감안하면 35억원 규모로 LG화학의 멤브레인 사업을 사갔을 가능성이 높다. 이 기간 중 시노펙스 투자 건은 LG화학과의 거래가 유일하다. LG화학 입장에선 LG전자로부터 사들인 금액보다 12.5% 가량 할인된 가격에 매각한 셈이다.


수처리 필터 자회사 나노H2O의 중국법인 '나노H2O장수'도 작년 말 청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64억원을 들여 자회사로 편입한지 불과 3년여만의 결정이었다. 나노H2O는 인수 첫 해와 이듬해 각각 11억원, 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2018년 7800만원, 지난해 13억50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 이익을 내기 시작했지만 손익을 계산했을 때 사업을 유지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같은 해 LG전자 또한 수처리 관련 기업인 LG히타치워터솔루션과 하이엔텍을 테크로스에 매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곧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재정비 작업이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LG화학 자회사 중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의 나노H2O 법인은 여전히 유지중이다. 나노H2O는 지난해 290억원의 매출과 약 3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 LCD '유리기판·감광재·편광판'…매각·청산


올해 역시 과감한 사업 재편 작업이 줄을 잇고 있다. 당장 LG화학 이사회는 지난 1월 회의에서 베이징트윈타워 운영을 맡고 있는 LG홀딩스홍콩 보유 지분 전량(26%) 매각, LCD 유리기판 사업 철수 등을 결의했다. 


LG홀딩스홍콩 매각 건은 그룹 차원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결정된 사안이다. LG화학과 ㈜LG, LG전자, LG상사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데, LG화학은 이번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 2353억원 가량의 투자 차익을 손에 넣게 될 예정이다. 


LCD 유리기판 철수 역시 수익성이 악화한 LCD 대신 OLED로 빠르게 전환하고자 하는 그룹의 방향성 아래 진행되는 사업이다. 앞서 LG화학은 디스플레이 산업 성장에 따른 LCD 유리기판 공급 능력 확대를 위해 2012년부터 2724억원의 누적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중국 내 급격한 생산설비 증가로 LCD 사업은 더이상 회복세로 돌아서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 LG화학은 유리기판사업의 경제적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 지난해 이미 해당사업의 장부가액 전액(682억4300만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LCD 분야에서 색을 표현하는 핵심소재인 컬러필터 감광재 사업분야의 경우 지난달 중국기업에 매각했다. LG화학은 충북 청주 일원의 생산설비 등 사업일체를 580억원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탈LCD 전략에 속도를 내기 위한 작업이다. LCD 패널 앞뒤에 부착해 빛 통과 또는 차단을 가능하게 하는 편광판 사업도 현재 시장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다. 


이 외에 LG화학이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2018년 230억원을 들여 인수했던 우지막코리아의 영업권(116억1500만원) 전액을 손상차손 처리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 회사에 대한 청산 또는 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작년 3분기 유상증자를 통해 45억원을 추가 투입한 점을 감안하면 LG화학이 우지막코리아에 들인 자금은 275억원이다. 


LG화학이 연내 매각 계획을 확정적으로 잡아둔 자산은 195억7300만원 규모의 유형자산이다. 여기엔 소형 파우치조립 설비 6개 라인이 포함됐으며, 자회사인 팜한농 소유의 연구소 등도 포함됐다. 이와 별개로 LG화학은 생명과학 사업부문의 폐렴구균백신 개발과제에서도 249억7400만원의 손상차손을 인식됐다.


◆ 석유화학 의존도↓…전지사업 비중↑ 


LG화학이 세운 목표는 명확하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2024년까지 현재의 두 배에 달하는 59조원 연매출과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는 것이다. 지난해 LG화학이 거둔 연매출(28조6250억원)과 영업이익률(3.13%)을 감안하면 쉴새없이 내달려야 하는 일정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매출의 52%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의존도를 30%로 낮추고, 전지사업 매출비중을 50%(현재 29%)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자동차 전지 설비투자에만 3조8000억원을 집행했으며, 올해도 3조원 규모의 설비 투자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이 일환으로 작년 12월엔 미국 1위 자동차업체인 GM과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법인 설립 계약도 체결했다. 


LG화학은 올해를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의 해'로 선포했다. 구광모 회장의 복심으로 꼽히는 권영수 LG 부회장을 LG화학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것 역시 계획에 속도를 올려붙이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최근 치러진 제1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경영환경은 글로벌 경기 장기침체와 코로나19 확산으로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배터리·자동차 소재분야를 중심으로 변화와 혁신을 주도, 글로벌 톱5 화학기업 목표를 향해 힘차게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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