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성그룹 재편
합병 시점은 단재완의 '신의 한 수'
한국제지 주가 하락폭 적어 '덜 주고 더 받는' 합병비율 산출

[팍스넷뉴스 권일운 기자] 상장사 해성산업과 한국제지의 합병 시점은 '신의 한 수'나 다름없다는 것이 금융투자(IB)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코로나 19' 확산 여파로 두 회사의 주가가 급락한 시기를 오히려 합병 기회로 삼았다는 점에서다. 두 회사 주가는 합병 결의일 무렵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지만, 한국제지 주가가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던 까닭에 단재완 회장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에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했다.



해성산업과 한국제지의 합병 결의는 지난 1일 두 회사의 이사회를 통해 각각 이뤄졌다. 합병가액은 ▲3월 한 달간의 두 회사 주가와 ▲3월 마지막주의 두 회사 주가 ▲3월 마지막날의 두 회사 주가를 산술 평균해 산출했다. 그렇게 산정된 합병가액은 해성산업이 7604원, 한국제지가 1만2670원이었다.


3월은 코로나19 사태로 매물 폭탄이 쏟아지는 바람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이 폭락을 거듭하던 시기다. 특히 3월 19일에는 유가증권시장이 고점 대비 60%, 코스닥 지수는 고점 대비 50% 수준에 불과한 지수를 형성하기도 했다. 해성산업과 한국제지의 주가 역시 이 시기를 전후해 52주 최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물밑에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준비해 오던 해성그룹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주가 하락이 나쁠 게 없었다. 당장 해성산업과 한국제지의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더라도 대응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사실상 후계 구도 확립 차원에서 이뤄지는 합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낮은 주가는 추후 발생할 세금 등의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두 회사의 주가는 저공비행을 지속하는 가운데 해성산업에 비해 한국제지의 주가가 덜 떨어졌다는 점은 특히나 호재였다. 합병이 실질으로는 한국제지의 지분을 내놓고 해성산업의 지분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까닭이다. 단재완 해성그룹 회장 일가 입장에서는 해성산업 주가가 낮을수록 같은 규모의 한국제지 주식을 내놓고 받을 수 있는 해성산업 주식이 많아진다. 반면 한국제지 주가가 높으면 더 많은 해성산업의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한국제지 주식의 52주 최고가는 지난해 4월 기록한 2만750원이었다. 합병가액은 1만2670원으로 최고가 대비 61.1% 수준이다. 해성산업 주가는 지난해 12월 최근 1년 사이에 가장 높은 1만5400원을 기록했다. 반면 합병가액은 7604원으로 최고가 대비 49.4%에 불과하다. 한국제지에 비해 해성산업 주가 하락폭이 훨씬 컸다는 의미다.


해성산업-한국제지 합병으로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 작업의 신호탄을 날리려던 단재완 회장이 증시 상황이 안갯속인 지금 결단을 내린 것은 이같은 변수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됐기 때문이라고 IB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잠재적인 지주사 후보로 거론되는 해성산업에 비해 한국제지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아 합병 한 방으로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부분이 핵심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해성산업과 한국제지 합병쯤 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라면 이미 수개월~수년 전부터 큰 그림을 그려 놓고 시기를 조율해 왔을 것"이라며 "코로나 19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지수 자체가 붕괴됐고, 해성산업과 한국제지의 주가 간에 상대적 격차가 크게 발생한 지금을 최적의 타이밍으로 보고 합병을 추진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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