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웅진·STX 전철 밟을까
중공업 위기, 인프라코어·밥캣으로 확산 여부 '관건'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7일 08시 2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정혜인 기자]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몰린 두산그룹이 2010년대 초반 금융위기 여파로 시련을 겪었던 웅진과 STX 그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 레버리지를 일으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넓힌 기업집단들이 공중분해 당한 사례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중 한 곳은 웅진그룹으로, 극동건설과 저축은행을 무리하게 인수하다 2012년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이로 인해 알짜 계열사였던 코웨이를 매물로 내놓기까지 했다.


STX그룹도 비슷한 시기 공중분해된 기업 중 하나다. STX그룹은 조선업이 호황이던 시절 무리하게 사업을 확대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머지 않아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생각하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저가 및 헤비테일(선박 건조 후 잔금을 지급하는 방식) 수주를 늘려나갔다. 적절하게 위기에 대응하지 못한 STX그룹은 자금난을 겪어야 했고, 결국 2013년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STX엔진은 채권단 자율협약을, STX팬오션 등은 매각 절차를 밟았다. STX그룹 계열사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금융위기가 닥치기 직전 두산그룹 역시 M&A 시장에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주류사업과 의류사업 등 기존 사업을 대부분 매각하고 중공업 분야 업체를 인수하며 힘을 키웠다.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를 중심으로 건설장비 기업 밥캣을 49억달러(약 6조원)에 가까운 금액에 2007년 인수한 것이 그 예다. 두산그룹은 10억달러(1조2300억원)는 자기자본, 39억달러(4조8000억원)는 외부 자금을 이용해 인수했다.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킨 만큼 두산그룹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2년 유동성 위험이 도래했다. 그럼에도 앞서 거론된 웅진, STX그룹과 달리 두산그룹은 선제적인 재무리스크 관리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정부로부터 국내 최초로 영구채 지원을 받았고, 두산밥캣도 다행스럽게 시원치 않았던 실적 흐름을 정상화했다.


어렵사리 위기를 넘겼지만 10년이 지난 뒤인 지금, 두산그룹은 다시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았다. 두산밥캣 인수로 말미암은 위기는 어떻게든 넘겼으나, 이번엔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이 동시에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두 회사의 유동성 위기가 이제는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으로까지 퍼져나갈 위기에 놓였다. 


일각에서는 두산그룹도 과거 웅진, STX그룹이 걸었던 공중분해의 길을 걷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는 두산중공업이 대규모 손실을 만들어내면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원의 자금을 지원받았으나, 채무를 갚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현 지배구조 하에서는 수익성이 그나마 나은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까지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실상 주요 계열사 전반에 위기가 퍼질 수 있는 셈이다.


채권단은 지배구조의 대대적인 변화를 담은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두산중공업에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떼어 내는 방안을 자구안에 담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한 후 ㈜두산이 투자회사를 합병하는 형태의 자구안을 마련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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