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촌화학은 지난해 연결기준 5066억원의 매출과 2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3.4%, 영업이익은 45.4% 증가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도 5.1%로 같은 기간 1.5%포인트 상승했다. 외형과 함께 내실까지 다질 수 있었던 것은 농심그룹 주요 계열사에 연포장재와 골판지를 공급하는 포장사업부문의 성장 덕이다. 

1973년 설립된 율촌화학은 농심홀딩스의 자회사로 연포장, 필름, 골판지 등 포장재를 생산해 공급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농심 및 그룹 계열사의 안정적 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덕에 국내 포장 시장 선두자리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국내 라면 점유율은 물론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몸집을 키운 농심 덕분에 포장사업부문의 매출액이 2018년 대비 6.3% 늘어난 3551억원을 기록할 수 있었다.

다만 실적 개선에도 불구, 율촌화학이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농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애지중지 키워왔던 전자소재 사업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다시금 상승추세기 때문이다. 실제 2017년 1807억원 수준이던 전자소재 사업부문의 매출액은 2018년 1555억원으로 줄어든데 이어 작년에도 1514억원으로 2년 새 16.2%나 감소했다. 반면 농심에서 생산·판매하고 있는 라면과 과자 등에 대한 수요 증가로 율촌화학에서 납품하는 포장재는 늘다 보니 같은 기간 내부거래 비중은 35.6%→37.2%→38.6% 순으로 상승했다. 

농심그룹의 자산 규모가 작년 말 기준 4조8000억원에 달했고, 영화 '기생충'과 코로나19 사태로 라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걸 고려하면 늦어도 2021년에는 자산 5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고, 이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에 의거 총수일가의 보유지분율이 30%가 넘는 상장사의 경우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이 12% 이상일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게 된다.

율촌화학은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과 그의 차남인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각각 13.5%, 13.93%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을 포함한 오너일가가 보유한 총 지분율이 32.99%에 달한다. 다시 말해 농심그룹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율촌화학의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오너일가가 29.99%까지 지분율을 낮추거나 아니면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라 포장재사업부문의 성장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전자소재 사업부문의 특성상 국내 통신사의 판매나 내부 성장이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매출에 영향을 받았다"면서 "율촌화학은 농심이 라면 등 제품 포장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70년대부터 키워온 업체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나 일감 몰아주기와는 사실상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룹 규모가 커지면서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