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하나금융투자가 올 연말까지 만기 도래할 채권들에 대비해 KEB하나은행의 지원을 받았다. 혼란한 글로벌 시장 상황에서 일단 은행계 금융지주 계열이라는 덕을 본 셈이다. 

하나금투는 올 초부터 유상증자(5000억원)와 선순위채권(5000억원) 발행 등 유동성을 확보해왔다. 또, 하반기 시장 변동성과 만기 상환 채권 등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하나은행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갚아야 할 대출이 더 늘어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내부적으로 채무를 줄이기 위한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2조원의 유동성으로 충격 버틸까

하나금투는 지난달 31일 2조원의 단기차입금을 늘린다고 공시했다. KEB하나은행과 이같은 신용공여(크레딧 라인)를 맺은 것이다.

이는 자기자본 대비 약 50% 수준이다. 하나금투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3조4830억원이다. 자기자본의 절반 규모의 신용공여다. 물론,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은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투의 단기차입금 한도는 이로써 기존 4조9698억원에서 6억9698억원으로 늘어났다. 단기차입금이 자기자본의 약 170% 정도다.  

하나금투도 최근 코로나19와 유가급락 등에 따른 시장 변동성에 파생상품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입 요구) 규모가 만만치 않았을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현금을 일시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 부담이 컸겠지만, 하나금투는 유상증자와 선순위채권 발행으로 마련한 1조원을 활용했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ELS 마진콜은 그럭저럭 넘겼다고 하나,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타격이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 즉, 실물경제의 한 축인 국내외 부동산 위축에 따라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을 우려가 발생한 것이다.

증권사는 셀다운(재판매)을 통해 부동산 투자 수익과 원금을 회수한 후 다른 투자처를 알아본다.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등을 강타하면서 투자 분위기가 얼어붙자 셀다운이 쉽지 않다. 현장실사도 어렵다. 결국 부동산 셀다운이 안될 때를 고려해 추가 유동성을 조달해야 하는 것이다.

◆ 메리츠·신한금투 이어 세 번째 많은 우발채무 많지만···

하나금투가 이처럼 유동성 마련에 매진하는 이유는 계속 만기 도래할 채권과 언제 터질지 모를 우발채무 때문이다.

하나금투가 하반기 만기 상환해야 할 기업어음(CP)만 2조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PF 익스포져도 전체 증권사 중 메리츠종금증권과 신한금융투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4조4000억원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부동산 타격이 현실화되면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가장 뇌관이 된다. 현재 ABCP 차환발행이 쉽지 않다. 만기도래할 ABCP 상환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증권사들이 CP를 발행하려면 2%대 후반이나 3%대의 금리를 지급해야 하는 만큼 조달비용도 만만찮다. 따라서 하나금투 입장에서는 지주사인 하나금융이나 KEB하나은행의 손을 빌리는 것이 오히려 비용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변동성이 커지는 시장에 대비해 하나은행과 신용공여를 추진했다”며 “이번 대규모 유동성 확보를 통해 시장 신뢰를 유지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