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지선·정교선 형제의 경영방정식이 주목받고 있다. 재계에서 계열분리 가능성을 언급하는 가운데 현대백화점그룹은 형제경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백화점 등에 따르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최근 현대그린푸드 대표이사에서 임기만료로 12년만에 물러났다. 현대그린푸드는 박홍진 단독대표체제가 됐다. 일각에서 이를 계열분리의 신호탄으로 해석했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를 부인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은 현대그린푸드 대표에서 물러났지만 주주총회서 사내이사직에 재선임됐다”면서 “형제경영을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18년부터 그룹내 순환출자고리 해소에 나섰다. 동시에 정지선 회장이 백화점 등 유통사업을,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현대그린푸드의 식품사업 등 비유통사업을 맡게되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두 회사를 중심으로 형제경영을 시작한 셈이다.
당시 재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오너일가의 지분변동을 예상했다. 현행법상 오너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사 기준 내부거래 200억원 이상, 매출의 12% 이상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현대그린푸드의 경우도 내부거래 규제대상이 된 상태였다. 현재 정 회장 형제를 비롯한 오너일가는 현대그린푸드 지분을 38.4% 보유 중이다.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액은 최근 3년간 줄곧 2000억원을 상회했다.
현대그린푸드가 신사업을 추진하며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오너일가의 지분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중론이었다.
여기서 계열분리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정지선 회장이 현대그린푸드 지분 약 12%를 매각하고 현대그린푸드가 갖고 있던 현대백화점 지분을 매입한다면 일감 몰아주기 해소와 함께 계열분리는 물론 향후 승계작업도 원활해진다는 평가다. 일석이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편으로 계열분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따로 또 같이’ 차원의 경영분리는 확실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회장이 현대그린푸드 대표에서 물러났지만 사내이사직을 유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설명이다. 정 부회장 역시 지난해 현대백화점 사내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은 각자 사업영역을 존중하면서 연결고리는 끊지 않는 형제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내부거래 문제가 얽혀있는 가운데 어떤 해법을 꺼낼지 주목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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