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긴급점검
메리츠證, 과도한 부동산 PF익스포져 '부담'
서둘러 단기차입금 한도 증액


[팍스넷뉴스 김세연 기자] 국내 부동산금융 등 대체시장을 주도하던 메리츠증권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거진 글로벌 실물경제의 우려 탓에 부동산PF 관련 PF-ABCP 차환 부담이 만만찮다. 여기에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지난 2016년 말부터 급격히 늘린 항공기 관련 사업도 위기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2015년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하며 등장한 메리츠증권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설립 후 5년 간 자기자본을 4조원대(4조193억원) 이상으로 늘리며 초대형IB 도약도 예고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 담보대출확약 등 부동산금융을 비롯해 해외부동산 투자, 선박금융, 항공기금융, M&A 인수금융 등에 주력했다. 주식자본시장(ECM)이나 브로커리지 등 전통적인 증권사의 주력 영역 대신 수익성 높은 구조화 금융을 택한 전략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순항했던 메리츠증권에 최근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부동산 PF에 대한 고강도 규제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메리츠증권 성장세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직접 투자보다는 자체 신용보강을 통해 셀다운에 치중해왔지만 전세계 금융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영업 환경이 위축됐다. 코로나발 위기가 자칫 부동산 등 실물 경기 급락으로 재차 확산된다면 우발채무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 유동화자산의 신용도 저하가 신용보강을 제공한 증권사로 고스란히 전이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증권의 총 우발채무는 9조4479억원으로 자기자본 4조193억원 보다 2배 이상 많다. 보수적으로 약정잔액 기준으로 보더라도 우발채무약정잔액은 8조5328억원이다. 전체 우발채무의 95%가 신용공여로 분류되는 매입확약 성격이다. ABCP 매입약정금액은 3886억원으로 5%에도 못미친다. ABCP매입약정은 통상 해당 유동화증권에 EOD조항이 붙는 유동성공여로 매입확약과 같은 신용공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구조다. 유동성공여는 신용공여에 비해 수수료가 낮아 증권사 입장에서 수익성은 떨어진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증권사의 부동산PF 채무보증 규모를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키로 했다. 증권사들의 과도한 채무보증오로 높아진 부동산 PF 관련 불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목표다. 이러한 정부 대책의 중심에는 메리츠증권이 있다. 


지난 분기 1조 2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PF 셀다운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3조원 이상의 물량이 남아 있다. 부동산 PF 시장의 부진 속에 대규모 PF-ABCP 물량 대응도 쉽지 않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2조3191억원 규모의 PF-ABCP 부담을 안고 있다. 업계 2위 삼성증권(1조8698억원)과도 4500억원 가량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PF-ABCP의 만기가 3개월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차환발행이나 롤오버(만기연장)가 쉽지않은 상황이다. 유동성 갭(유동성 자산-유동성 부채)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져는 156.94%에 달한다. 


뒤늦게 뛰어든 항공기금융에서의 공격적 영업 역시 부메랑이 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항공기펀드를 통해 포트폴리오 방식으로 2조6183억원을 투입했다. 2016년 11월 일본 미즈호증권과 손잡고 메리츠증권은 총 1조원 규모의 대형 항공기 펀드를 결성한 바 있다. 전세계 2위 항공기 리스(임대)회사인 GECAS로부터 총 20대의 항공기를 일괄 구매, 중국 등 다수의 저가 항공사에 임대해 주는 방식이다. 잔존 리스기간이 평균 7.6년으로 예상수익률이 최대 13%에 이를 것이라고 당시 표방했다. 메리츠증권은 "임대해 준 비행기에서 나오는 수익(운용리스) 뿐 아니라 항공기 재매각 차익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휴업상태인 항공과 여행 등 연관산업 부진 여파가 고스란히 메리츠의 리스크로 돌변할 수 있는 국면이다. 한때 유행했던 선박펀드의 대규모 부실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인천공항 이용자수는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줄면서 전세계 주요 공항에 운항을 멈춘 비행기들이 즐비하다.


이에 대해 메리츠증권은 항공기 주선 금액중 상당부분을 셀다운한만큼 익스포져가 크지 않다고 해명했다. 메리츠증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ABS 발행을 통해 대부분을 매각했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구조화 상품을 통해 셀다운을 마무리했다"며 "전체 항공기금융 투자분중 1300억원 가량만을 자체 보유중"이라고 밝혔다. 


3년전 시작한 ELS 등 파생상품시장에서의 역풍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ELS 발행잔액이 3조371억원 수준으로 경쟁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않고, 자체헤지 비중도 20% 안팎이란 점은 다행이지만,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은 이달 1일 이사회를 열어 기업어음과 전단채 발행한도를 각각 1조원씩 늘려 단기차입금 한도를 9조4700억원 수준으로 2조원 증액하는 것을 골자로 한 단기차입금 한도 증액을 결의했다. 혹시나 있을 2차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 조치이긴 하지만, 충격 흡수력을 완전히 갖췄다고는 볼 수 없다. 


복수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코로라19 팬데믹으로 성장기반인 실물경제 부문의 부진이 이어지며 주요 성장 동력이 힘을 잃고 있다"며 "성장 핵심이던 종금업 라이선스 반납과 부동산PF 채무보증 축소에 따른 자본건전성 규제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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