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쇼크
"지원 시급" Vs. "혁신 먼저"…항공사-금융당국 온도차
4월 내내 줄다리기 펼쳐질 수도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0일 16시 2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SNS


[팍스넷뉴스 김현기 기자] 코로나19 쇼크에 따른 경제 위기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제일 먼저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 지원을 놓고 업계와 금융 당국의 시각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항공사의 노력을 먼저 주문하면서 양측 견해 좁히기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6개월이면 파산…골든타임 얼마 안 남아"


코로나19가 유럽과 북미로 번지면서 세계 경제를 '올스톱'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공항 폐쇄 및 입국 제한 조치가 잇따라 이어지면서 글로벌 항공사들의 경영난이 심해지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17일 지비용항공사(LCC) 사장단과 만나 대책 논의에 들어갔고, 3000억원 수혈 방침이 확정됐다. 일부는 산업은행을 통해 이미 LCC 각 사에 투입됐다.


문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기업 계열의 국내 두 대형항공사(FSC)까지 빨간불을 켜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대한항공을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오간 탑승객은 총 21만89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85.8%나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도 비슷해서 지난 3월 탑승객 수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86.9% 줄어들었다. 정부가 4월 들어 모든 입국자에게 2주 자가격리를 의무화하고 있어 항공기 이용자는 3월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유럽과 미국에 이어 최근 인도, 중남미에까지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어 항공사 경영난은 오는 2~3분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위기는 국내 FSC들의 대응에서도 잘 나타난다. 일찌감치 희망휴직과 운항 감편에 들어간 LCC는 물론, 최근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인건비 줄이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4월 들어 모든 직원들의 최소 15일간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향후 6개월간 직원 중 70%에 대한 유급휴직을 단행한다.


무엇보다 비행기가 쉬면서 현금 빠져나가는 속도가 가파르다는 게 두 FSC를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8일 언론에 "지금 매월 여객 수입이 6000억원씩 사라진다"며, 1997년 IMF 구제금융,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의 위험한 상황임을 밝혔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어떤 항공사도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업계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을 통해 지금 위기를 간신히 버텨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비상 경영 사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불가피한 셈이다. 지금 위기가 항공사들의 경영 실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라는 최근 100년 사이 최악의 전염병에서 기인하고 있고, 다른 나라 정부도 항공사들부터 긴급 지원하며 챙기고 있다는 점이 '지원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 여객 항공사에 250억 달러(약 31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도 국적항공사인 에어프랑스에 11억 유로(약 1조 5000억원) 대출을 진행하고 있다.


◇"일방 지원 없다…경영 혁신 동반되어야"


FSC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에 대해, 금융당국은 단호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무조건 지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각 사의 노력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바로 그 것이다.


이는 은성수 위원장이 지난 6일 언론에 질의응답 식으로 보낸 보도자료에서도 강하게 드러난다. 그는 항공업계 경영난 관련 질문에 "리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항공산업 구조적 특성상 (각 사의)부채비율이 높다. 금융 지원과 함께 (항공사들의)자본 확충, 경영 개선 등 종합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항공업계가 기대하는, 국책은행 등을 통한 일방적인 도움은 당장 실행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앞서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계 이해관계사들이 연합한 한국항공협회는 지난 3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에 '항공산업 생존을 위한 호소문'을 보냈다. 전체 항공사들에 대한 저리대출 확대, 채권에 대한 정부 지급보증, 항공기 재산세 면세 등이 시급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호소문이 나온 만큼 정부가 어느 정도 호응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사흘 만에 은 위원장이 항공업계와의 시각차를 드러내면서 오히려 강경 대응한 셈이 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별도 기준 부채비율이 각각 814%와 1795%에 이른다. 은 위원장은 산업의 특성상 항공사들의 부채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두 회사에 자산 매각, 자본 확충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원이 결정되면 최소 몇 조원이 들어갈 텐데, 인원 감축 수준의 구조조정으론 정부의 금융 지원이 어렵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아시아나항공의 경우는 HDC-미래에셋 컨소시엄과의 인수합병 문제도 있는 만큼 항공업계에 대한 '통 큰' 지원 논의에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긴 하다. 금융위는 이런 움직임 등을 더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민영회사로 여러 차례 위기를 겪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2년 뒤인 지난 2010년 파산한 일본항공(JAL) 사례도 참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를 제기한다. JAL은 이후 강한 구조개혁으로 살아났다.


"골든타임이 지나간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항공사들과 경영 혁신을 통한 내실 다지기를 먼저 요구하는 금융 당국의 줄다리기가 4월 내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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