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창 부장] 한진해운은 지난 2017년 2월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따라 40년의 역사를 마무리했다. 한진해운의 소멸은 단순히 기업 한 곳이 사라지는 것과는 달랐다. 그동안 개척했던 항로 등 해운기반도 동시에 잃었다. 이를 다시 복구하려면 한진해운을 살리는 비용의 몇 배 이상의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자구안 없는 지원은 없다’는 기조는 현재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도 유지되는 모양새다.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무조건 살리고 보자는 식은 기업의 모럴헤저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요구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한진해운 파산을 전 정부의 무능이라고 비판한 현 정부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와 국책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어려워진 기업에 연일 자구안을 강조한다. 지원을 놓고 부처 간 이견까지 보이고 있다. 자구안과 지원의 줄다리기 속에 기업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영환경에 워크아웃, 법정관리, 파산의 계단을 밟는다. 익히 경험하고 목도했던 시나리오다.
기업의 명멸을 자주 경험하는 명동시장의 참가자들은 어느 기업에, 얼마를 투입하고 어떤 자구안을 받아내는가에 몰두하는 정부와 국책은행의 행태에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코로나19로 급격히 죽어가는 나무들이 늘어났기는 하지만, 전체 숲을 어떻게 조성하고 가꿔야할지는 전혀 논의되지 않는 부분을 지적했다.
명동시장의 한 참가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두산그룹이나 저가항공사(LCC)에 투입할 재원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을 살리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두 국적항공사가 한진해운의 전례를 쫓아간다면 물류대란은 물론 전 세계 항공기반을 잃게 되고, 이는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참가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가 어떤 곳에 집중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 하에 지원을 하든가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하는데 너무 미시적인 부분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참가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가 모든 기업을 다 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그렇다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잘못하다가는 제2, 제3의 한진해운 사례가 계속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가 기간산업은 국유화 대책까지 포함한 마스터플랜을 세워야 한다”며 “기간산업이 무너지면 그 토대도 무너지고 중소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경영자의 진짜 능력은 위기에 발휘되는데 이는 경영자가 미세한 부분까지 참견해야 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며 “중장기적인 큰 틀을 제시하고 실무자들은 그 틀에 맞춰 실행하면 되는데 예상치 못한 전염병으로 빚어진 상황이라는 핑계로 너무 중구난방식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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