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오비맥주가 지난해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모기업 안호이저-부시 인베브(이하 AB인베브)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에 고배당에 따른 국부 유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또다시 커지고 있다. 오비맥주는 2년에 한 번 배당을 실시하고 있고, 2018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만큼 일각의 지적처럼 경영에 무리가 갈 정도의 고배당은 아니란 입장이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AB인베브에 439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는 AB인베브 산하로 편입된 2014년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또한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주인이던 시절까지 확대해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앞서 오비맥주는 AB인베브에 매각되기 직전 해인 2013년 KKR에 4885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관계자는 “작년 실적이 악화됐다지만 수익이 났고, 2018년 역대 최고 성과를 낸 덕에 배당재원으로 쓸 수 있는 이익잉여금이 2019년 말 기준 1조7437억원에 달했다”며 “재원이 풍부하다 보니 4000억원 이상을 배당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비맥주가 지난해에도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배당금 역시 순이익(3805억원)보다 1.6배 많은 걸 고려하면 또다시 고배당을 했단 것이 일각의 시각이다.
실제 오비맥주는 2015년과 2017년 각각 3700억원, 3450억원을 AB인베브에 배당금으로 지급하면서 국부유출 논란에 시달렸다. 당시에도 순이익보다 배당금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배당성향만 봐도 2015년 145.8%에 달했고, 2017년에도 105.4%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오비맥주는 작년 말 유통주식수 2201만1000주 가운데 201만1000주를 주당 17만4043원에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AB인베브에 현금 유출액 기준 3500억원을 안겼다. 즉 앞단에서 유상감자, 뒷단에서 배당금으로 모기업을 지원한 모양새다 보니 자연스레 고배당 논란에 휘말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격년 배당을 하다 보니 배당성향이 높아 보이는 것일 뿐”이라며 “국내에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수입맥주의 국내 생산을 위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감행하고 있는 만큼 국부유출을 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오비맥주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배당금과 로열티 등으로 총 1조6225억원을 AB인베브에 지급했다. 이는 AB인베브가 KKR로부터 오비맥주를 사들인 금액(6조8000억원)의 23.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AB인베브는 유로넥스트(Euronext) 상장된 기업으로 벨기에 루뱅에 위치하고 있다. 세계 1위의 맥주회사로 세계 5대 소비재 회사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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