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글로벌 기업과 동시에 국내 기업들도 '지속 가능한 경영' 이념을 지향하는 곳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만 생각하고 행동을 취하는 것이 아닌 먼 미래를 내다보고 의사결정을 내리겠다는 취지에서다. 삼성그룹 역시 준법감시위원회의 공식 출범을 전환점으로 삼고 기업문화를 단순 '이윤추구'를 넘어 '사회·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무게추를 옮겨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삼성그룹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었지만 공공의 이익보다 기업의 이윤 추구에 중심이 기울어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특히 경영권 승계때마다 반복됐던 법 위반은 사회적 책임과는 다소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몇 차례 법을 위반해 적발된 적이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논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과 더불어 노동 법규 위반 건도 만만치 않다. LG전자 등과 가격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경험도 수차례다.

삼성그룹 내에서 반복적으로 법 위반 사례가 발생한 까닭은 무엇일까. 위법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 그룹이 관련 책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기업 문화가 정착돼야 하지만 삼성그룹 내에서는 이 부분이 부족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심지어 관련 책임자들이 경영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가 사태가 잠잠해지면 그룹 내 중요한 직책이나 직위로 승진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박학규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이 대표적 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책임지며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부사장)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사퇴 이듬해인 2017년 11월 삼성SDS의 경영지원실장(CFO)로 다시 복귀했다. 심지어 올해는 삼성전자의 핵심인 반도체(DS)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이런 행보와 반대로 전 세계는 '지속가능한 성장'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윤 추구 또는 오너 일가에 유리한 의사결정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의 복지·환경,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 전부에 의미 있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위생용품(도브), 음료(립톤), 연고(바셀린)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가 한 예다. 유니레버는 사회적 책임(CSR)을 비즈니스와 융합시켜 부흥에 성공한 곳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증명해낸 대표적 기업이다.

국내 기업집단 중에서는 SK그룹이 유니레버를 지향점으로 삼고 사회적 가치 확대를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SK그룹은 2017년 각 계열사 정관을 고쳐 기업의 목적으로 '이윤 창출'을 삭제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넣는가 하면, 직원들의 경영 핵심평가지표(KPI)에 한해 동안 창출한 사회적 가치가 얼마인지 측정해 50%를 반영하고 있다. 이해관계자로 볼 수 없었던 멀리 떨어진 사람이 이제 우리의 활동,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 되면서 기업문화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것이 SK그룹의 설명이다. 기업의 모든 일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퍼지고, 전 세계 모든 사람이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이번 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삼고 이제는 삼성도 자본시장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