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코로나19 쇼크로 국내 항공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가운데, 국내 조종사 대표자들이 청와대 앞에 모여 정부의 즉각적이면서 대대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이하 조종사 노조연맹·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아시아나 조종사 노동조합, 아시아나 열린조종사 노동조합, 에어부산 조종사 노동조합,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제주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진에어 노동조합)'과 '전국연합 노동조합연맹(한국공항 노동조합, 월드유니텍 노동조합, EK맨파워 노동조합, 케이텍 노동조합)'은 14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위기의 항공산업, 신속한 정부지원을 촉구하는 항공업계 노동조합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한 뒤 "전세계적으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정부와 금융당국이 빠른 지원책을 마련해 붕괴 직전의 항공산업을 구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종사들은 항공산업 최전선에서 근무하고 있음에도, 코로나19 사태에 동요하기 보다는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정부의 지원책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청와대 앞 까지 나왔다.

이날 모인 조종사 및 지상조업 인력들은 성명서를 통해 "항공 및 공항 산업은 직접고용 8만여명, 연관 종사자 25만여명에 달하는 국가 기간 산업"이라며 "그러나 최근 인천공항은 이용객이 95%이상 감소해 공항이 아닌 항공기 주기장 역할을 하는 처지가 됐다. 각 항공사들은 적자에 허덕이며 서둘러 전 직원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 항공사의 도산은 직접 고용된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당 항공사와 계약돼 있는 수많은 조업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해당 조업사 하청업체까지 줄도산을 할 수도 있다"면서 "항공산업 각 분야의 업무들은 안전의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고도의 훈련과 경험이 요구된다. 이들의 고용안정이 위협 받을 때 우리나라 항공안전도 위협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조종사 노조연맹는 이번 위기가 과거 부실 경영에 빠진 다른 산업들과 달리, 코로나19의 팬데믹(전세계적 유행)에 따른 국가간 이동 제한에 의해 발생됐음을 강조했다. 불가항력적인 재난에 의해 막심한 피해가 유발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 74조원, 프랑스 60.5조원, 독일 무한대, 싱가포르 16.5조원 등의 대출 지원과 더불어 직접 보조금, 세금 면제까지 전방위적"이라며 "우리도 더 늦기 전에 항공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금융지원을 시작해야 합한다. 국책은행을 통한 금융지원, 시중은행에 대한 대출보증, 세금 감면, 임금보조금 지급 등 항공사들이 버텨낼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정부에 부탁했다.

이들은 아울러 최근 구조조정에 돌입한 이스타항공 문제도 거론했다. 조만간 제주항공에 일수될 예정인 이스타항공은 전체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350명을 줄이기 위해 지난 10일 희망퇴직 공고를 냈다.  조종사 노조연맹은 "실질적인 오너는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오너 가족들은 지분매각으로 현금을 챙기며, 정부는 대출을 막고 구조조정을 부추기는 중"이라고 주장한 뒤 "아무 잘못 없는 직원들만 회사에서 쫓겨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종사 노조연맹은 이어 ▲항공사 휴업사태 장기화에 따른 조종사 자격유지 조건 한시적 완화 ▲'특별고용지원업종'을 지상조업 협력사까지 적용하는 대책 마련 촉구 ▲전국 '공항지역' 근무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해고제한법' 시행 촉구 등도 정부에 부탁했다.

참석자들은 회견 뒤 서한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회견 참석 인원 중 일부는 이날 열린 국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항공분야 회의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