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양도웅 기자] 카카오뱅크가 몸집을 네 배 가까이 키우는 동안 케이뱅크는 두 배도 늘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 2017년 같은 해(카카오뱅크는 7월, 케이뱅크는 4월)에 출범했지만, 3년이 지난 현재 두 은행간 비교는 불가능할 정도로 벌어졌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말 총자산은 22조7241억원으로 출범 첫해인 2017년 말 5조8422억원보다 3.9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의 총자산은 1.9배(1조3511억원→2조5586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은행 영업의 기본인 총여·수신액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2017년 말부터 2019년 말까지 카카오뱅크의 총여·수신액은 각각 3.2배, 4.1배 증가했다. 수신 규모 증가 속도가 여신 규모 증가 속도에 비해 빠르다는 게 과제로 남아 있지만, 일단 첫 번째 과제인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는 평가다. 

반면, 케이뱅크의 총여·수신액은 2017년 말부터 2019년 말까지 각각 1.6배(8559억원→1조4153억원), 2.1배(1조889억원→2조2846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의 총여·수신액 증가폭의 절반 수준이다. 

또한, 카카오뱅크가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며 지난해 당기순이익 137억원으로 출범 약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반해, 케이뱅크는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권 안팎의 기대를 모으며 출범한 두 은행이 3년 만에 희비가 엇갈린 배경엔 '시의적절한 유상증자 성공 여부'가 자리잡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첫해부터 매년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총 세 번에 걸쳐 9000억여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이에 힘입어 카카오뱅크의 순자산(총자산-총부채)은 2017년 말 6678억원에서 2019년 말 1조6787억원으로 2.5배 늘었다. 대주주 변경도 카카오의 담합 혐의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르긴 했지만, 지난해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카카오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케이뱅크도 카카오뱅크처럼 매년 유상증자를 실시하곤 있지만, 규모면에선 매우 작았다. 케이뱅크가 총 여섯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2500억여원에 불과하다. 유상증자 때마다 실권주가 발생했을 만큼, 케이뱅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주주주단과 시장의 전망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자본 확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케이뱅크의 순자산은 지난해 말 2044억원으로 2017년 말 2337억원에 비해 12.5%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의 자본잠식률은 3년간 33.2%에서 59.5%로 상승했다. 상장기업이었다면 관리종목에 편입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의 자본잠식률은 16.5%에서 8.0%로 절반가량 하락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과 케이뱅크의 차이를 가른 건 유상증자"라며 "케이뱅크도 카카오뱅크처럼 적시에 대규모 유상증자가 원활하게 이뤄졌다면 두 은행간 차이가 지금처럼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케이뱅크가 추진 중인 5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케이뱅크의 미래가 달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