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농심이 때 아닌 소송전에 휘말렸다. 호주 현지 거래선과 법적분쟁에 나서면서다. 최근 ‘짜파구리’ 열풍 등 해외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던 가운데 찬물을 끼얹은 꼴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호주 거래선이었던 오리엔탈 머천트(Oriental Merchant Pty Ltd)와 법적분쟁에 돌입했다. 오리엔탈 머천트는 호주 전역에서 아시아 식품유통 업체 중 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기업으로, 연매출만 2억호주달러(한화 약 1550억원)를 넘는다. 

지난 2018년 오리엔탈 머천트는 농심과 농심호주를 상대로 220만호주달러(한화 약 17억원)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빅토리아 대법원 산하 멜버른 상업법원(Supreme Court of Victoria at Melbourne Commercial Court)에 제기했다. 독점계약 위반과 납품지연, 계약해지기간 위반 등이 이유다. 농심은 지난 2018년 오리엔탈 머천트와 거래를 종결하고 다른 거래선을 확보했는데 이에 대한 문제 제기다.

농심은 2014년 호주 판매 법인을 신설한 이후 신라면, 안성탕면 등의 라면류와 스낵류를 오리엔탈 머천트를 통해 납품해왔다. 오리엔탈 머천트는 이를 호주 전역의 소매기업에 유통시켜왔다. 그러다 농심은 2018년부터 호주 양대 소매유통기업인 울월스(Woolworths)와 콜스(Coles)로 거래선을 변경했다. 오리엔탈 머천트를 통해 납품하던 대리점 형식에서 소매 기업 직접 납품형식으로 전환했다는 의미다. 계약기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오리엔탈 머천트와의 계약도 합법적으로 종결했다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오리엔탈 머천트는 애초 150만호주달러 상당의 소송액을 지난해 8월 220만 호주달러로 올렸다. 지난해 3월 현지 법원에서 조정절차가 실시됐지만 결렬됐고 양측의 증거와 서류를 공개하는 증거 개시(Discovery) 절차 이후 농심의 일방적인 거래변경으로 추가 피해액이 상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농심은 지난해 10월 2차 답변서를 제출한 상태다. 납품지연 주장이 사실무근이고, 오리엔탈 머천트와 독점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은 추가 증거 개시 절차를 거친 뒤 제2차 조정 및 본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한 만큼 치열한 법정공방 또한 예상된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은) 오리엔탈 머천트와 입장이 배치된다”면서 “오리엔탈 머천트의 주장은 일방적”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해외 진출 공략에 한창이던 농심의 아성에 색이 바랬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패소라도 할 경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확률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올 1분기 역대급 매출이 기대되는 가운데 마냥 웃을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농심호주는 해외 진출 공략에 힘주는 농심의 아시아 주요거점이다. 농심은 호주법인을 시작으로 뉴질랜드와 파푸아뉴기니 등 남태평양 전역으로 영역을 확대하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 251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대비 12% 증가하는 등 실적도 상승세였다.

농심은 영화 ‘기생충’ 후광효과와 ‘코로나19’에 따른 전세계적인 라면 수요 급증으로 올 1분기 호실적을 기대하는 눈치다. 증권가에서도 농심의 올 1분기 실적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에 대해 전년동기대비 매출 6391억원, 영업이익 393억원으로 각각 9%, 25% 수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실적호조 기대감을 한층 높인 형국이다.

농심 관계자는 “아직까지 조정기간 및 재판일정이 나오진 않았다”면서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이라 구체적인 심리내용및 과정을 언급하기 어렵지만 적법한 절차를 통해 재판을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