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證 IT투자 지속 감소.."원유선물사고로 이어져"
5년새 전산개발 투자 감소···HTS 강자 이미지 '흔들'


[팍스넷뉴스 김세연, 배지원 기자] 국내 리테일시장 점유율 1위 키움증권이 체면을 구겼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발판으로 그간 고속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최근 원유 선물옵션 가격이 마이너스로 하락하면서 HTS가 이를 인식하지 못해 매매거래가 중단, 투자자에게 손실을 안기는 등 상상하기 힘든 사고를 쳤다. 


키움증권은 여타 증권사와 달리 지점없이 HTS로 리테일영업에 나서왔다. 여느 증권사보다 전산 시스템에 대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투자가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꼽힌다. 이번 사고로 HTS 강자라는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경영진 교체 이후 과도하게 줄였던 전산 개발 노력 등에 따른 예견된 인재가 아니냐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료 = 키움증권 사업보고서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현 대표이사가 이끄는 현재의 키움증권은 이전 고(故) 권용원 사장 시절에 비해 전산 투자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이 창업주 김익래 회장에게 올곧은 소리를 하는 반면, 이 대표는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가 증권사 안팎에서 회자되기도 한다. 작년말 윤수영 부사장(리테일총괄본부장 겸 전략기획본부장)이 중도 사임한 것도 이같은 기류 변화 탓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창업 공신 중 한 명인 윤 전 부사장의 임기는 당초 내년 3월말까지였다. 


변화된 기업 분위기 속에 과거에 비해 소홀해진 시스템 운용 노력은 회사의 주력인 HTS의 신뢰와 명성 퇴색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21일 새벽 갑작스런 HTS의 전산장애로 선물종목인 '미니 크루드오일 5월물'거래가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대로 떨어졌지만 HTS상 가격입력이 이뤄지지 않아 일부 투자자들이 월물 교체(롤오버)에 나서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손실액이 증거금을 넘어 강제청산이 진행되며 피해를 입었다며 배상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피해규모가 3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됐지만 키움증권은 1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며 일부 피해에 대한 보상을 계획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보상 수준은 거래중지 발생당시 기준호가 0~마이너스9달러 건에 대해 계약당 4500달러의 보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해당 오일 선물이 포함된 계약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이례적인 상황인 점을 고려할 때 키움증권의 부담이 과도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이 피해 고객수나 피해액에 대해 밝히지 않았으나 해당 선물 거래의 비중이 크지 않아 키움증권 부담액이 최대 수십억원 수준을 넘지는 않을 것"이며 "다만 피해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 민원을 제기하거나 혹은 키움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경우 부담은 당초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를 사전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지 않았냐는 지적이 흘러 나온다. 원유 선물 사고의 경우 사상 초유의 사태였던만큼 단순히 증권사만의 잘못만으로 평가할 수 없지만 관련 시스템 환경 개선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이미 지난달부터 한국내 홈페이지를 통해 유가의 마이너스 가능성을 충분히 예고했고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도 관련 계산 방법까지 설명해줬지만 키움증권을 비롯한 증권사 대부분이 전산에 적극적으로 전산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이미 원유선물 사고이전에도 올들어 잇딴 HTS 서버 오류 사고가 이어지며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이에 반해 키움증권은 지난해 '영웅문 글로벌'을 선보이는 등 지속적인 전산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전산운용비 역시 지난해 620억원 가량으로 전년(555억원)대비 10%이상 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HTS와 MTS를 통해 20%에 육박하는 개인매매 시장 점유율(2019년말 기준 주식위탁매매 점유율 18.44%)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확대된 고객에 비해 전산개발과 운용 투자는 거꾸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2015년 활동계좌당 1만7628원에 달했던 키움증권의 전산운용비용은 매년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활동계좌 대비 전산운용비용이 1만3867원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전산 개발과 운용의 규모를 확대했지만 늘어나는 고객수를 적절히 대응하는데는 실패한 셈이다. 


고객대비 전산개발비의 감소는 이현 대표체제 전환이후 뚜렷한 모습을 보이며 과거와 달리 전산 부문이 홀대받고 있다는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 이현 대표 취임이후인 지난 2018년에 계좌당 전산비용은 전년대비 11.3%나 줄어드는 등 최근 2년간 16%이상 감소했다. 직전 고 권용원 사장 재직 당시 2년간 감소세가 7%에 못 미쳤던 점을 감안하면 성장 대비 투자가 확실히 줄어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최고기술경영자(CTO)는 "고 권용원 전 대표 체제에서 키움증권은 전산투자는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었다며 "시장 환경변화로 기업금융(IB) 등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경영전략을 내놓으며 기존 강점을 가졌던 HTS나 MTS 등에서 다른 증권사를 뛰어넘는 수준의 기술개발이나 성과를 보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키움증권 회사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등 최근 시장내 변동성이 크다보니 주문이 폭주하며 발생한 것인만큼 (전산) 투자 부진으로 평가하긴 어렵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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