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현대제철이 사상 처음으로 두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른 전세계 경기 위축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안정적인 실적 창출의 주춧돌이었던 현대기아자동차향 자동차강판 판매 부진은 이제 실적 악화의 주범이 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24일 2020년 1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연결기준 매출액 4조6680억원, 영업적자 29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8%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두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이로 인해 1분기 영업이익률도 전년동기대비 4.8%포인트(p) 대폭 낮아진 마이너스 0.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손익분기점에도 도달하지 못한 셈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확대에 따른 전방산업 수요 부진과 해외 종속법인 영업 회복 지연 등으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1분기에도 영업손실이 발생했다”면서 “다만 전사적 원가절감 노력 등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479억원에 비해서는 적자 폭이 축소됐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영업적자의 가장 큰 지분은 자동차강판 판매 위축이 지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자동차에 대한 높은 그룹 의존도가 오히려 독이 됐다. 현대제철은 연간 500만톤 이상의 자동차향 철강재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중 약 90% 가량을 현대기아자동차 국내외 공장에 공급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지난 3월부터 국내를 포함해 미국, 유럽,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주요 생산기지에 대한 가동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50만대 이상의 완성차 생산 차질을 예상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자동차 생산 차질이 오는 6월까지 지속될 경우 약 30만톤 가량의 자동차강판 판매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현대제철 분기평균 자동차향 철강재 판매량의 20~30% 수준으로 결코 적지 않은 비중이다.
현대제철은 자동차강판에서 축소된 매출과 이익을 내수시장 확대와 타 철강재 판매 증가를 통해 상쇄해나갈 계획을 수립했으나 현대제철 최대 매출과 이익 원천인 자동차강판에 대한 손실을 온전히 메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실적 반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현대기아자동차의 생산이 정상화되어야만 할 것이다”라며 “이 시점을 속단할 수는 없으나 최소한 3분기는 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제철은 당면한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연초부터 수익성 중심의 사업개편과 극한의 원가절감,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세계 경기 위축으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전 임직원은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체질 개선으로 수익성 향상에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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