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인천공항 면세점의 임대료를 두고 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공항공사)와 면세업계간 ‘적자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팬데믹 상황에 치달으면서 ‘황금알’을 낳던 면세점이 ‘미운오리새끼’가 된 까닭이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여파가 잦아들 때 까지 ‘집주인’인 인천공항공사가 면세점 임대료를 추가 인하하든 산정방식에 변화를 주는 방식의 지원책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는 앞서 올해 당기순손실을 낼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임대료 감면이 어렵단 점을 강조하고 있는 모양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인천공항의 국제여객은 전년대비 79.8% 감소한 1426만명에 그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가 서서히 잡혀가는 모양새지만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의 확진자 수가 급증한 탓에 여객수요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9일부터 15일간 인천공항 일평균 여객은 전년 동기간 대비 97.3% 줄어든 4000명 수준에 불과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여객수 급감 여파로 지난해 8823억원에 달했던 당기순이익이 올해는 당기순손실 163억원으로 적자전환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출 또한 전년대비 42%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수요 감소에 공항산업(상업시설 등) 생태계 지원에 따른 매출 감소분을 고려한 것이다.

공사 측이 유례없이 적자경영을 강조한 것은 최근 면세업계와의 임대료 갈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의 초기 확산 때부터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 임대료가 인하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애초에 높은 임대료로 인해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적자를 내고 있던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이에 인천공항공사와 정부는 임대료 납부를 유예하기로 했고 이후에는 최대 6개월간 임대료를 20% 감면해주겠다고 제시했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면세업계가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에 그친다고 항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행객의 발이 끊긴 현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여서 임대료 20% 인하 정도로 손실을 만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발표된 호텔신라 면세사업(TR)부문의 올 1분기 실적은 면세업계가 우려한 그대로였다. 이 기간 TR부문의 매출은 849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1% 줄었다. 업장별로 시내면세점의 매출 감소율은 22%였고 공항점은 42%에 달했다. 작년 1분기 822억원 수준이었던 호텔신라 TR부문은 올 1분기 49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임대료도 못 낼 정도로 사업환경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호텔롯데와 신세계DF 등도 올 1분기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호텔신라 외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 사업자들도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서 “최근 시티플러스가 면세사업권을 포기한 것도 인천공항 면세점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대료 추가 감면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시민사회에 등에서는 적자가 예상되는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를 추가 인하해 주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적잖이 내비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최근 10년간 2조1000억원을 정부에 배당했다. 공사의 실적이 국가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기업인 면세업체들에 추가 지원을 해주는 것은 국익을 저해하는 행위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의 눈길은 지난달 24일 열린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과 호텔롯데·호텔신라·신세계DF CEO 간담회 이후 치러질 실무진 협의에 쏠리고 있다. 간담회 당시 구 사장은 “공사도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나 공사와 상업시설은 '한 배를 탄 공동체'인 만큼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추가적인 지원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는 이에 따라 이주나 내주께 면세업계와 실무자 미팅을 열어 구체적인 지원책 등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