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오는 28일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회사채는 3년물, 5년물, 7년물로 나눠 각각 2000억원, 500억원, 500억원씩 발행할 예정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6000억원까지 발행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 대표 주관업무는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가 맡았다.

현대자동차는 약 4년 전 마지막 조달까지만 하더라도 국고채 수준의 AAA급 신용도를 자랑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글로벌 시장 수요 부진과 회복 지연 등을 반영해 신용등급이 'A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조정됐다. 과거 3년물 회사채의 조달금리는 약 1.644%였는데 최근 현대차의 3년물 회사채 민간채권평가회사 4사 평균 평가금리는 약 1.7%대에서 형성되고 있다. 현대차는 이를 기준으로 -30~+30bp 가산한 이자율로 희망금리밴드를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완성차 기업의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충분한 투자 수요를 모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2020년 글로벌 수요는 1분기 23% 감소에 이어 2분기 약 35% 수준까지 하락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3분기 이후 점진적인 회복을 예상하나, 2020년 연간으로는 17% 가량의 글로벌 시장 감소가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이 최대 1조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과 북미 지역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생산설비 가동 중단이 장기화되고 자동차 판매 대수 회복이 상당히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도 코로나19의 여파를 고려해 현대자동차의 장기발행자등급(IDR)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도 현대차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달 자체도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자동차는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을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증액 발행하게 될 경우도 내년 만기인 외화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쓸 예정이다.

현대차는 1분기 말 기준 11조 현금 유동성 보유해 완성차 수요가 급감해도 연말까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향후 6년간 기존사업 경쟁력 강화 등에 총 6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와 같이 올해부터 매년 10조원 안팎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시장성 조달은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최근 기아자동차의 수요예측이 흥행 속에 마무리된 점은 현대차 수요예측 전망을 밝히는 요소 중 하나다. 앞서 기아자동차는 이달 14일 3300억원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7200억원의 수요를 확보해 발행 규모를 6000억원으로 늘렸다. 채안펀드도 약 800억원 규모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우량채를 편입 대상으로 하는만큼 AA+급인 현대차에 대한 채안펀드의 관심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아자동차의 조달금리는 민평금리 대비 상단에서 결정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