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포스코 곳간에 현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선제적인 자금 조달과 보수적 투자 집행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코의 올 1분기 말 기준 현금시재(연결기준)는 15조351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4조4646억원 대폭 확대된 수치다. 동기간 유동비율도 183%에서 206.8%로 23.8%포인트(p)나 상승했다. 현금시재와 유동비율은 기업의 현금 유동성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지표로 활용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사채 발행, 단기차입 등을 통해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선제적으로 조달했다”면서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당분간 안정적인 기업 운영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고 밝혔다.
보수적으로 바뀐 투자전략도 눈에 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포스코는 중·단기 3년(2019년~2021년) 투자집행 계획을 총 24조원 규모(연결기준)로 수립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제로 집행된 투자는 2조7000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포스코가 계획한 투자 규모는 5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발표한 수치와 비교하면 2조8000억원이나 쪼그라들었다.
포스코는 예정된 사업장 설비보수를 뒤로 늦추는 등 급하지 않은 경상투자 중심으로 비용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해외투자의 경우에도 전세계 경기 회복에 맞춰 자금집행 시기를 가늠할 방침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확산 등에 따른 경기 저하를 감안할 때 투자집행 규모는 향후 더욱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당분간 당장 급하지 않은 투자는 최대한 지연할 예정이다”면서도 “하지만 그룹 핵심동력인 신성장사업과 환경·안전과 관련한 투자들은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의 현금 유동성 확충과 보수적 투자집행은 최정우 회장의 경영 방침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 2018년 포스코 9대 회장으로 취임한 최정우 회장은 1983년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에 입사한 뒤 재무실장, 정도경영실장, 가치경영센터장(현 전략기획본부) 등을 역임한 ‘재무통’으로 통한다. 취임 이후 최 회장은 오랜 경력을 살려 강도 높은 재무개선과 비핵심사업 구조조정 등을 적극 추진하며 불황 속에서도 성공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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