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특금법
AML구축 쉽지 않아 금융권과의 협업 필요
④인호 고려대 교수 “가상자산 제도권 진입은 긍정적, 육성책도 있어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 통과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업계의 판이 바뀌고 있다. 제도권 진입으로 가상자산 사업자는 정부 승인 아래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지만 오히려 업계는 높은 진입장벽 탓에 산업이 위축됐다고 토로한다. 여기에 대기업, 금융회사, 핀테크 기업이 블록체인 산업 진출을 예고해 스타트업이 주를 이루는 해당 업계는 참여자간 험난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에 팍스넷뉴스는 산업, 학계 등의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제도권 진입 허들을 알아보고 특금법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다.


[팍스넷뉴스 공도윤 기자] “이제 반 발 내딛었다”


가상자산(암호화폐)의 제도권 진입을 예고하는 특금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해 인호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사진)는 이 같이 말했다. 특금법 시행으로 투기·사기 코인을 걸러내고 금융권과 중견기업의 투자가 확대될수 있으나 블록체인 산업 ‘육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면이 많기 때문이다.


인호 교수는 2018년 5월 설립된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의 소장이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한국예탁결제원, 은행연합회 등 정부 주요기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블록체인 전문가다.


인 교수는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향후 데이터의 자산화, 자산의 디지털화가 이루어질 것이며 블록체인 기술의 우위에 서는 국가와 기업이 미래의 부를 주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블록체인 산업에 보다 과감하게 투자하고 ‘디지털 자산’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 교수는 정부가 자산의 디지털화 흐름에 맞춰 ‘특금법’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육성안’이 아닌 ‘규제’로 여겨고 있다는 지적과 상당수의 기업이 살아남기 힘든 구조라는 점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AML시스템 구축이 쉽지 않다. 감당할 수 있는 거래소 몇 곳만 남을 것”이라며 “상당수의 기업이 AML시스템을 갖춘 은행과 협업을 하거나 AML 시스템을 제공하는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 교수는 특금법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대부분의 가상자산이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다보니 가상자산 거래소에 AML과 KYC 규정을 지키도록 함으로써 불투명한 거래에 따른 사고를 예방하고 양질의 프로젝트를 선별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최소한 투기나 사기의 목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프로젝트는 걸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그라운드X가 추진하는 프로젝트 클레이튼의 경우 제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메인넷을 열고 파트너사를 모집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특금법 시행 이후는 투자여력이 늘어나 사업을 좀더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고 전했다.


다만 국내 블록체인 산업 육성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현실을 반영한다면 ‘블랙리스트’를 만들기 보다는 일종의 ‘화이트리스트’나 ‘그린리스트’를 만들어 규정을 잘지키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제도권 진입 효과 역시 다소 시간이 지나야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자본력이 있는 기업이 M&A에 나서 초기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있으나 점차 중견기업, 금융사, 대기업의 진출로 탄탄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그는 “당분간은 대기업이 유망한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기업간 협업이나 합자회사 설립 등의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본다. 다소 몸집이 가벼운 중견기업은 좀더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다”며 “대기업과 기관투자자의 진출은 투자자보호 시스템 등 법적인 보완과 정비가 좀더 이뤄져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규제 강도가 높은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처럼 가상자산 시장도 제도권 내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는 1부군 외에 가능성을 테스트할 수 있는 2부, 3부 시장 운영을 고려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도 인 교수는 디지털 자산화의 가속이 붙으려면 금융권과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블록체인을 주도하는 나라가 디지털 자산 시대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은 은행이 고객의 계좌를 소유하고 있어 금융거래의 모든 권력을 쥐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널리 상용화되면 은행이 아닌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의 파워가 강해질 것”이라며 “블록체인을 통해 데이터 제공자가 '데이터 주권'을 가지고 데이터는 가격을 매길 수 있는 ‘자산’의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 교수는 데이터 패러다임의 변화가 디지털 자산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가상자산이 ‘투기’로 여겨져 정부의 인식이 안좋았지만 우리의 잣대로만 봐서는 안된다”며 “자산의 디지털화는 글로벌 흐름이고 이미 가상자산은 국경없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앞서 준비하지 않으면 디지털자산 거래의 주도권을 해외에 뺏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디지털 자산화의 가속이 붙으려면 금융권의 협조도 필요하다. 동시에 금융권이 핀테크나 테크핀기업들과 비교해 역차별 받지 않도록 정부가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데 금융회사가 자회사나 손자회사를 통해 ‘테크’분야에 왕성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휴대폰으로 자금을 이체하는 시대로 변화하며 금융거래에 있어 기업과 소비자의 접점이 금융사가 아닌 IT기업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주도의 블록체인 육성안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인 교수는 ‘책임지고 끌고갈 조직이 없다’는 점을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자산의 디지털화 아래 큰 그림을 그리고 산업을 이끌 조직이 없다는 지적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근간으로 한 가상자산은 보유와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금융자산’으로 볼 수 있지만 사고 발생 책임 부담 탓에 금융당국이 섣불리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블록체인 산업 육성이 실질적 효과를 만들려면 진두지휘할 조직이 필요하다”며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처럼 금융과 산업을 아우르는 ‘금융산업진흥원’ 설립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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