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한국 철강산업을 이끄는 우량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주력 수요산업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사태’ 영향까지 더해지며 철강업 전반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현실이다. 바야흐로 국내 철강업계의 수난시대다.
신용평가사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포스코와 세아베스틸의 장기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포스코는 AA+(긍정적)에서 AA+(안정적), 세아베스틸은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등급이 내려갔다. 양사 모두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우량기업으로 꼽히는 대표주자들이다. 이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타 철강업체들 역시 현 신용등급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철강 전방산업의 단기 전망이 불리한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철강업계의 어려운 환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단기간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못할 경우 부정적 영향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최근 몇 년간 내수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수출 다변화와 해외 생산거점 확보 등의 노력을 지속해왔다. 지난 5년간 국내 철강 연평균 수출물량은 약 3100만톤 내외로 내수물량 대비 50% 이상의 높은 비중을 차지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전세계에 덮친 바이러스로 수출전선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 최대 철강 수입국가인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역내 경기 둔화와 함께 자동차, 가전 등 주요 제조공장 가동 중단까지 단행했다. 이로 인해 국내 철강기업들은 해외판로가 막히면서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철강기업들은 수출 위축에 따른 피해를 내수 확대로 상쇄한다는 계획을 수립했으나 내수시장도 이미 포화상태인 것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여건에 내몰리고 있다.
중국발(發) 수입 확대 우려도 국내 철강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지난 2018년 상반기까지 철강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생산통제를 진행했던 중국 정부는 최근 철강산업의 구조조정 방향성을 기존 생산량 축소 중심에서 상위기업에 대한 시장집중도 강화로 선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로 인해 중국의 조강생산량은 2018년 9억2000만톤 수준에서 지난해 10억톤으로 다시금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내 철강재 재고까지 급증하면서 이를 소진하기 위한 중국 철강업체들의 수출 확대가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의 최인접 국가인 한국은 수출물량을 쏟아내기 가장 적합한만큼 중국의 수출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수급환경에 추가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영향에 따른 실적 충격은 2분기에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각 사별로 신용등급 유지와 수익성 확대를 위한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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