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특금법
판 바뀐 업계 “새로운 경쟁자가 몰려온다”
⑤대기업·금융권 진출 가속, 고유 비즈니스 모델 없이 생존 어려워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8일 16시 1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 통과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업계의 판이 바뀌고 있다. 제도권 진입으로 가상자산 사업자는 정부 승인 아래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지만 오히려 업계는 높은 진입장벽 탓에 산업이 위축됐다고 토로한다. 여기에 대기업, 금융회사, 핀테크 기업이 블록체인 산업 진출을 예고해 스타트업이 주를 이루는 해당 업계는 참여자 간 험난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에 팍스넷뉴스는 정책당국, 블록체인, 금융, 학계 등의 전문가들과 함께 제도권 진입 허들을 알아보고 특금법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다.



[팍스넷뉴스 공도윤 기자]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제도권 진입에 걸맞는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업계는 금융권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구축이 산업 위축의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진짜 싸움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며 “특금법 시행으로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더 큰 위협요인”이라고 말한다.


실제 특금법 개정안 통과 후 대기업, 금융회사, 핀테크회사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이용해 사업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법무법인 디라이트의 조원희 대표 변호사는 “특금법 개정안 통과 전까지는 주로 블록체인 회사들의 AML구축 문의가 많았으나 개정안 통과 후 금융회사나 핀테크 회사의 자문 문의가 많다”며 “기존 사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거나 토큰이코노미를 활용하는데 있어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문의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정부의 부정적인 시각 탓에 블록체인을 전면에 내세우지 못했던 대기업과 금융회사들도 올해는 핀테크를 앞세워 여러 블록체인 회사들과 제휴를 늘리며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현재 50개 이상의 블록체인 관련 특허를 보유한 삼성SDS는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 유니버셜을 이용해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 S10 등에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와 ‘삼성 블록체인 월렛’을 탑재해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삼성페이는 가상자산을 사고팔 수 있는 다중자산 디지털 월렛회사 스와이프와 제휴를 맺었다.


지난해 5월 자체 블록체인 서비스인 ‘모나체인’을 출시한 LG CNS는 모나체인을 이용해 한국조폐공사의 지역화폐 결제 플랫폼 '착'을 구축했다. 올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2020년 블록체인 공공 시범 사업인 식품안전데이터플랫폼 구축, 자율주행자동차 신뢰 플랫폼 구축, 전기차 배터리 라이프사이클 관리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등에서 블록체인 기술 접목을 노리고 있다. 


금융권도 다양한 방식으로 블록체인 산업에 발을 들이고 있다. KB국민·신한·NH농협은행 등은 금융위원회와 과기부가 지원하는 ‘블록체인 공공선도·민간주도 시범사업’에 핀테크 스타트업과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다. DID(탈중앙화 신원인증)를 이용한 비대면 서비스 준비도 한창이다. 우리은행, 하나은행, 코스콤 등 금융권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사와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함께 컨소시엄형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모바일 전자증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핀테크 기업들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지만 특급법 시행 후 규제 리스크가 해소되면 가상자산을 이용한 금융서비스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일부 금융사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커스터디(수탁), 자산운용 대행 등 다방면에서 기회를 찾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지난 1월 특허청에 가상자산 관리 서비스 'KBDAC' 상표를 출원한 바 있다.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들도 한국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ICO(가상자산 공개)나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이 자유로운 국가는 많지만 가상자산을 법정화폐로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며 “특금법 개정안 통과로 블록체인·가상자산관련 해외 사업자들이 한국 진출을 알아보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특금법 시행시 대기업, 금융사, 핀테크사,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의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기존 블록체인 기업이 생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블록체인 기업 대다수가 스타트업인데다 여전히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한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규모의 스타트업이라도 핀테크 기업들은 정부 주도의 다양한 투자혜택을 받는 반면 가상자산을 이용하는 블록체인 기업은 투자대상에서 제외돼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벤처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단계별 투자와 투자규모 확대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블록체인 기업 대부분은 여전히 규제 리스크로 기관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핀테크 기업들은 혁신기업 선정으로 정부와 금융기관으로부터 복합적인 금융지원을 받는 사례가 많지만 블록체인 기업은 상대적으로 그 수가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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