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無 선언
예견된 이재용式 경영·소유 분리
경영권 세습 종식 천명…장기적 관점 '성장' 위한 결정 분석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8일 08시 2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류세나 기자]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수년간 자신의 발목을 잡아온 경영권 승계와 그 과정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 과정에서 앞으로 삼성엔 4세 경영은 없을 것이라는 소신도 밝혔다. 총수일가란 이유로 경영권을 물려 받는 일은 자신의 대에서 끝날 것이란 얘기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 부회장이 장기적 안목에서의 성장을 위한 '소유와 경영 분리'를 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여기엔 삼성이 오랜기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온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의 가문식 경영이 투영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삼성이 오랜기간 발렌베리 그룹의 경영모델을 연구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해왔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삼성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시절부터 이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2대에 걸쳐 발렌베리가(家)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발렌베리그룹은 현지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 가전기업 일렉트로룩스, 중공업기업 ABB와 은행 등 100여개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스웨덴 국내총생산의 3분의 1 가량을 떠받치고 있을 정도의 덩치다. 특히 발렌베리 그룹은 5대에 걸쳐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현지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으로 꼽히는데,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발렌베리 재단으로 들어오는 이익금의 약 80% 가량을 사회공헌 활동에 쓰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그룹들과의 또 다른 차이점은 발렌베리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재단이 전문경영인을 선정하는데 관여하고 경영권을 갖고 있긴 하지만, 모든 기업들에 전문 경영인을 두고 세세한 경영엔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가 발렌베리 가문의 오랜 경영철학으로, 세계적으로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이 부회장의 발언 면면을 살펴보면 그 역시 발렌베리 가문과 비슷한 형태의 경영 방식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건 주저해왔다"면서 "아이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조심스레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데에는 남보다 앞서가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이 뒤따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발언 곳곳에도 그의 의중이 묻어난다.


그는 "경영환경도 결코 녹록지 않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시장의 룰은 급변하고 있다"며 "특히 삼성전자는 기업의 규모로보다 IT업의 특성으로 보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추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고 자신의 견해를 전했다. 


덧붙여 "성별, 학벌, 국적을 불문하고 흘륭한 인재를 영입해야 하고, 그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갖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나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첨언하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수장의 역할을 경영 전면에서 뛰는 것이 아닌 각 분야 전문가들이 실력을 펼칠 수 있는 장(場)을 만드는 것임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그의 말처럼 이 부회장은 오래 전부터 소유와 경영 분리에 대한 구상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자신보다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 경영권을 넘길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여기엔 경영권 승계가 다가올 미래 시대에서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또 오너 영향권에 놓여 있긴 하지만 삼성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이미 2008년 이래 줄곧 전문경영인 대표이사 체제로 돌아가고 있었다는 점에서 가문 경영 체제 도입이 아주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기업 경영을 통해 얻은 부와 혜택을 사회에 환원하자는 발렌베리가문의 철학과도 일견 맞닿아있다.


"저는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보다 더 윤택해지도록 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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